학생회 주관 이벤트가 학교장상으로 확대...교장 "싫으면 반납해라"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 세종시 소담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상당수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범어린이 학교장상이 수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A초등학교와 해당학교 학부모회 등에 따르면 지난주에 모범상이라는 명목하에 학교장상이 3~5학년 학급 각 3명에게 수여됐다.

이는 A초 전교학생회의에서 지난달 교육축제 기간에 "장난을 치지 않거나 친구의 싸움을 말리는 어린이를 찾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실시해 추천받은 학생에게 초코과자 1박스를 주는 것으로 계획한 것이 학생회 의도와 다르게 모범어린이 학교장상으로 확대 된 것이다.

학생회 구성원인 6학년에서는 학교장상을 보이콧했고 3학년은 각 학급의 3명(학교장상)과 학급명의 전체 모범어린이상이 수여됐다.

학교장상으로 확대되는 것과 관련 상당수 학부모들은 기준이 모호하고 학교장 명의로 착한아이와 나쁜아이를 가르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고 대부분의 교사들도 학교장의 의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학부모는 학교와 소통이 되지 않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는 가 하면 15명의 교사들은 모범어린이 학교장상에 대해 반대 서명을 했다.

저학년 일부 교사들은 '모든 어린이는 모범적이다'라는 의견으로 상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학교 교장은 "싫으면 반납해라"며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딱 잘라 말하고 지난주 상장을 수여했다.

특히 A초 교장은 학부모, 교사 등의 반발이 더 거세지자 최근에 교장실에 학생회 임원들을 불러 학생회에서 진행한 것임을 확인하는 듯한 면담 내용을 녹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과정에서 A초 교장은 "교장선생님이 자꾸 까먹어서 녹음한다", "선생님 말 이해하냐" "너희들 이해하고 대답하는 거지"라고 물으며 '네'라는 답변을 유도하는 듯한 면담이 진행됐다는 게 학부모회 측의 설명이다.

학교장 면담이후 학생회장은 모든 사태가 자신의 탓인건지, 말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등의 심적인 어려움과 함께 며칠동안 끙끙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세종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복지법에 있는 기준은 포괄적이어서 신체는 한대만 때려도 학대로 판단하지만 (교장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공포를 느껴 학교를 가기 싫고 그런 것을 느끼면 정서적 학대로 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A초 학부모회장은 "인성을 평가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기준이 없었다"며 "상을 받은 아이도, 받지 않은 아이도 상장을 수여하는 담임교사도 모두가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 뿐 아니라 학교와 소통하려 할때마다 학교장은 강압적인 태도와 무시하는 말투 등으로 일관했다"며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갑질교장'으로 불릴 정도"라고 토로했다.

A초 관계자는 "이건과 관련 선생님들과 협의를 많이했고 상처 받는 친구도 있다란 얘기 들었다"며 "교사들에게도 상처받는 친구들이 없도록 당부를 여러번 했고 상과 관련 설문조사 학교종이 앱으로 나갔다. 이번기회에 여러의견을 들어서 상을 주는 것도 심사숙고해서 주겠다. 시행착오를 겪었으니까 의견 주신것 감사하고 교장선생님께 이와 관련 보고 드리고 앞으로 그런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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