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소장 각하 처리될 개연성 높고, 사직 등 고려”
김수남 전 총장 등 고발 원인…경찰 수사방향 등 관심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검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서창석 부장판사는 19일 전직 검사 A(여·36)씨의 공문서 위조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6월에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책이 경미할 때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유예기간(2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A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자 실무관을 시켜 해당 고소인이 앞서 냈던 다른 고소장을 복사하고,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차장검사와 사건과장 등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공문서 위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부장판사는 “법을 수호하는 검사로서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것은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에 접수된 고소장 분실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고소장 분실에 대한 어떠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 고소가 각하되는 등 분실된 고소장이 접수되더라도 각하 처리될 개연성이 높고, 위조된 사건 기록 표지는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이번 일로 사직한 점, 행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사표를 제출했고, 당시 검찰이 별도 징계나 감찰 없이 A씨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일었다.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해 10월 A씨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A씨 사건을 무마한 책임이 있다며 지난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황 고검장은 당시 부산지검장이고, 조 차장검사는 당시 대검 감찰1과장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임 부장검사가 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번 A씨 재판 결과가 이들 전·현직 검찰 수뇌부에 대한 경찰 수사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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