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리 청주시강서1동 주무관

황규리 <청주시강서1동 주무관>

(동양일보) 전 근무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30분은 사무실 청소의 날이었다. 그 시간이면 직원·팀장·과장 할 것 없이 걸레며 빗자루, 밀대를 나눠들고 청소를 한다. 일일이 임무를 정해주지 않아도 눈치껏 청소구역은 정해졌고 그 룰은 매번 비슷하게 이어졌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빗자루와 밀대를 잡고 사무실 바닥을 쓸고 닦았다. 그런데 옆 팀장님 한분만 유독 걸레를 잡았다. 좀 의아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걸레를 잡은 팀장은 자신의 팀원 한명 한명의 책상을 일일이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빗자루와 걸레를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잡아버려 하는 수 없이 걸레를 잡았고 어쩔 수 없이 책상을 닦는 것이겠지 하며 단정해 버렸다. 다음 금요일에도 그 팀장님은 걸레를 잡았고 팀원들의 책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닦았다. 그 행위는 청소하는 금요일마다 계속되었다.

청소 때마다 변함없이 책상을 닦는 이유가 궁금해 어느 날 직접 물어보았다. “팀장님은 빗자루도 아니고 밀대도 아니고 왜 하필 걸레로 책상을 닦으세요?” 그러자 팀장님은 걸레 잡은 손을 잠시 멈추시더니 “우리 팀원들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해서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어서…”라며 활짝 미소 지었다.

옆 팀의 업무는 부서 내에서 굵직한 일이 많았다. 결재도 많고 출장도, 민원도, 야근도 많았다. 그럼에도 팀원 중 누구에게서도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뿐이었다. 평소 팀워크가 참 좋다고 느꼈는데 책상 닦아주는 팀장의 마음, 열심히 일하는 팀원의 마음을 서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신규직원과 팀장 이상급 직원과의 소통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 회의, 행사 등 다방면으로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은 듯하다. 서로의 벽을 허물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형식과 구호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진정성이 우선되어야 함을 책상 닦는 팀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알아주는 마음,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마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모인다면 나이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벽의 높이보다 낮을 것이고 직급 간 간극은 벽의 두께보다 얇을 것이다.

동에 근무한지 어느 덧 4개월이 넘어 간다. 동에는 8~9급 신규직원이 대부분이다. 나름 소통한다고 꺼내는 대화 내용은 “남자 친구는 있니?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아”라든가, 취미가 같으면 친근한 대화가 될까 해서 “퇴근 후에 하는 운동은 있니?” “영화는 좋아하니?” 같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받아들이기엔 소통이 아니라 대답하기 싫고 짜증나는 일방적인 질문이 돼 그 시간들이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몹시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랐다.

동에 온 이래 소통부재의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고 때론 ‘꼰대’ 소리를 들을 것 같은 행동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과의 소통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회의와 화합행사 같은 소통 채널도 한 방법이긴 했지만 언제부턴가 내 마음에 자리 잡기 시작한 ‘책상 닦는 옆 팀장의 마음’이 그들과의 소통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임을 감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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