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

(동양일보) 과수의 구제역이라 불리는 화상병이 충북지역에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상병이 주로 발생하는 사과와 배의 충북 재배면적은 각각 4622ha, 350ha로서 사과는 경북 다음으로 주산지이다. 화상병(fire blight)이 발생하면 잎, 꽃, 가지, 줄기 등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말라 죽어 불에 그슬린 것과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화상병은 세균병으로 매우 치명적이어서 발생하면 고사하게 되고 현재까지 치료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전염 경로도 비, 바람, 매개곤충, 사람 등 다양하여 쉽게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가에서는 1996년부터 화상병을 검역병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병원체가 있는 국가로부터 기주식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병이다. 2015년 안성의 배 농장에서 병징이 최초로 신고 됐고 천안과 제천지역에 추가 발생하였다. 충북은 2015년 제천의 한 농가에서 첫 발생한 이후 2018년 충주와 제천 35농가에서 발생하였고, 올해는 현재까지 충주, 제천, 음성 지역 71호, 49ha에서 발병하고 있다.

그 동안 매년 화상병 예방 약제를 공급해 차단에 총력을 다해왔다. 5~7월 발생이 집중될 때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 정기 합동 예찰을 통해 의심주가 발견되면 현장에서 간이 진단키트를 활용해 검사 한다. 이후 정밀 검사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신속하게 매몰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충북에 과수 화상병이 재발했다. 신속한 대처를 위해 화상병 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총력 대응을 위해 시·군 부단체장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화상병 생육적온이 25∼29℃인 7월 중순까지 발생이 증가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생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구명되지 않았지만 감염된 묘목의 식재, 전지전정, 적화, 적과, 매개곤충 등으로 인접 과원에 전파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인이 꼭 지켜야 할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첫째, 건전한 묘목을 구입해 식재해야 한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전염 원인으로 병원균이 잠복된 묘목에 의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목과 접수, 묘목은 발생지역 또는 외국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서 유입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농장 자율예찰의 생활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누구보다 본인의 과원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은 농장주이다. 매일 농업인 자신이 살피고 이상 증상을 발견한 경우 농업기술센터로 신고하는 체계가 갖춰지면 화상병의 확산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전지전정은 본인이 직접 실시함을 원칙으로 한다. 외부 전정사가 할 경우 다른 감염된 과원에서 병원균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작업자와 전정가위, 장갑 등 작업도구를 수시로 소독해 ‘내 과원은 내가 지킨다’는 각오로 관리해야 한다.

넷째, 예방약제는 반드시 적기에 살포해야 한다. 매년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화상병 예방 약제를 지원하고 있다. 사과는 신초 발아 시, 배는 꽃눈 발아 직전 동계방제를 실시하고 발생지역은 만개 후 5일후와 15일후 2회 더 예방 약제를 살포해야 한다.

과수 화상병으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20년 이상 가꾸어 온 과수를 매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충북 과수 산업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빨리 위기를 겪는 것이고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을 때 어떤 지역보다 안전한 과수생산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는 말처럼 지금 충북 과수산업은 재도약의 시험대에 올려 있는 것이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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