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북공예명인 선정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그만큼 도예가로서의 책임감도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심적 부담감도 느끼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최근 ‘충청북도 공예 명인’에 선정된 김기종(54·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형동2길 130-14 토지도예·☏043-213-8050) 도예가의 소감이다.

‘공예명인’은 공예경력 15년 이상으로 충북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의 추천을 받은 자 중 ‘충청북도 공예품개발 심의협의회’를 거쳐 선정하는 충북 공예가들의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명인 반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한국예총에서 선정한 한국예술문화명인 도예 부문에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 ‘충북공예명인’ 선정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김 도예가는 일찌감치 진로를 미술 분야로 정했다. 청주대 공예학과에 진학한 그는 ‘흙의 맛’에 빠져 도예를 선택했다.

“1983년 처음 흙을 접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작은 힘에도 자유롭게 움직여지는 것이 좋았고, 손에 착 달라붙는 감촉도 좋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껏 흙과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

“선이 아름다워야 전체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섬세하면서도 때론 과감하기도 하고, 도시적인 세련미와 귀족적인 컬러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얻으려 애쓰고 있지요. ‘쓰임’과 ‘아름다움’이라는 공예의 가치도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유약과 시유방법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려 노력합니다.”

“진정한 전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향상, 발전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 그의 도예관.

그러한 노력 때문일까. 점토의 재료적 특성을 최대한 응용한 오브제작품, 흙의 갈라짐을 회화적 요소로 승화한 물레작품, 닮은 듯 다른 느낌을 내는 그릇 등 한 점, 한 점 눈길이 머물지 않는 작품이 없다.

“도예가로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해가는 참으로 고독한 길입니다. 성취와 창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행복하지만요.”

명인 반열에 오르기까지 숱한 고독과 고통의 시간을 겪었지만 끝내 흙과 가마를 놓지 않았다. 고통의 시간 끝에 흙과 가마가 일러 주는 깨달음을 얻었다. 도자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이라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질 좋은 흙이 있어도 정신이 맑고 바르지 않다면 작은 접시 하나도 제대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그.

김 도예가는 갈수록 문화예술이 설 곳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밝혔다.

“전국적으로 도예과 뿐만 아니라 예술 관련 학과가 하나둘씩 폐과되고, 젊은이들도 끼와 재능을 펼쳐보기도 전에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귀한 자원들이 지역에서 떠나지 않도록 지역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정책이 절실합니다.”

그는 공예 명인 선정으로 인한 기쁨은 잠시만 누리고, 다시 작업에 열중하겠다고 다짐한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행복할 것 같아요. 잠시의 칭찬에 들떠 작가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지 않고, 잘 다스리겠습니다.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선정됐으니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도예가는 청주대와 동대학원 공예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13회의 개인전과 50여회의 초대전, 250여회 단체전 등을 가졌다. 한국공예가협회 충북지부장, 청원미술협회장, 한국도자학회 충북지부장, 청원예총회장, 충북예총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도예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2010년 청주시창 표창패, 2008년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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