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청주시흥덕구건설과 관리팀장

김경아 <청주시흥덕구건설과 관리팀장>

(동양일보) 퇴근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운동하러 나가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옮겨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운동한 후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취준생인 딸아이가 아침에 우산을 안 챙겨 간 것이 생각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딸아이를 기다리며 서성거렸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버스에서 아이가 내리기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우산을 펼쳐줬다.

그랬더니 아이가 “우리 엄마 요즈음 여유가 있으시네요. 유치원, 초등학교 다닐 땐 비가와도 엄마가 우산을 가져온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엄마 참 좋다”라면서 내 허리를 팔로 휘감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런 아이의 얼굴을 보니 참으로 난감했다.

아이는 또 “어릴 때 우산을 챙겨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집에 왔는데, 그럴 때면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온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며 “엄마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엄마 바쁘다, 네가 알아서 하면 좋겠다고 했다”라며 예전의 나의 행동, 말투 등을 흉내 내며 크게 웃었다.

취준생의 힘들고 지친 어두운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깔깔거리며 해맑게 웃는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도 다시 한 번 그 시절을 돌아보게 됐다.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는 민원 업무, 상사 눈치, 동료들과의 업무 경쟁 등 일상생활에 시달려서 밖에 비가 오는지, 우리 아이가 우산을 챙겨갔는지 신경을 전혀 못 쓸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퇴근 후에는 밀린 집안 살림하느라 여유가 정말로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왜 이리 주변을 살펴보지 못하고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렸는지, 왜 바보처럼 생활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딸이 지금은 우리 엄마가 일하는 모습이 정말 좋다면서 가끔은 엄마의 직장생활의 한 면을 얘기해 달라고 할 때가 있다. 조금은 흐뭇하면서 그 시절 엄마가 회사 생활에 너무 바빠 우산도 못 챙겨주고, 맛있는 간식도 못 챙겨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바쁜 엄마를 두고도 우리 딸은 이렇게 예쁘고 착하고 반듯하게 잘 자라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비록 지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나는 우리 딸을 믿는다.

딸! 2019년 조금만 더 힘내자. 사랑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