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남 부여 왕흥사지 금당 앞 목탑 터 사리공(사리를 넣는 구멍)에서 출토된 사리공예품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25일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를 국보 327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유물은 577년에 제작된 국내 최고(最古) 현존 사리공예품으로 2007년 출토됐다. 금제 사리병, 은제 사리호, 청동제 사리합 세 겹으로 구성됐다.

사리기는 참된 수행을 한 부처나 승려 몸속에 생긴다는 구슬 모양 유골인 사리를 보관한 용기다.

왕흥사지 사리기는 명문이 있어 제작 시기가 명확하고, 그 연대가 빨라 선구적 위치에 있으며, 역사성과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청동 사리합 겉면에는 ‘정유년이월(丁酉年二月)/십오일백제(十五日百濟)/왕창위망왕(王昌爲亡王)/자립찰본사(子立刹本舍)/리이매장시(利二枚葬時)/신화위삼(神化爲三)’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백제왕 창이 죽은 왕자를 위해 절을 세우는데, 2매였던 사리가 장례 지낼 때 신의 조화로 3매가 됐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사리기가 백제 제27대 임금 위덕왕(재위 554∼598)이 죽은 왕자의 명복을 빌고자 발원한 왕실 공예품임이 확인됐다. 또 삼국사기를 근거로 백제 법왕 2년(600)에 축조해 무왕 35년(634)에 낙성된 것으로 전해진 왕흥사의 실제 창건 시기가 정유년인 위덕왕 24년(577)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리기는 미술사 측면에서도 단순하고 단아한 형태와 보주형(寶珠形) 꼭지, 주위를 장식한 연꽃 문양 등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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