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최근에 본 유튜브 두 개가 가슴을 뛰게 한다.

유튜브의 내용을 떠올릴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감동의 마음이 되살아난다. 그 유튜브 중 하나는 이강인이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월드컵 참전 역사상 우리나라가 최초로 결승에 올랐던 이 대회는 모처럼 온국민에게 ‘사이다’같은 시원함을 선사했다. 특히 ‘막내형’이라 불리며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빈 에이스 이강인은 대회 MVP를 수상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그런데 이강인이 더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은 유튜브를 통해 본 영상의 한 장면 때문이다.

16강을 앞두고 한일전이 열리던 날은 6월5일 새벽 12시 30분(한국시각). 경기 시작전 참가국의 국가가 울릴 때 우렁차게 애국가를 부르는 이강인의 모습이 영상으로 잡혔다. 그리고 그 뒷얘기가 유튜브로 나왔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취재진이 주장 황태현을 만나 각오를 묻고 인터뷰를 마치려는 순간 황태현이 “한마디 드릴 말씀이 있다”며 “막내 강인이가 경기장에 오시는 팬분들이 애국가를 크게 불러줬으면, 애국가를 불러서 우리가 압도했으면 하는 말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이강인이 목청껏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잡혔다. 꼭 애국가로 기선제압을 해서는 아니지만, 한일전을 이긴 뒤 8강, 4강, 결승에 오를 때까지 이강인이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혼신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10살 때 축구유학을 떠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한 그는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볼 때마다 행복하고 기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SNS에 생각을 밝힌 적도 있다.

애국가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은 있지만, 애국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래가 아닌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애국가를 부르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웬만한 행사장에서는 이제 “애국가는 생략하겠습니다”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리고, 어쩌다 특별히 애국가 제창을 하는 행사장에서도 “애국가는 1절만 부르겠습니다”로 끝나지, 4절까지 부르는 행사는 볼 수가 없다. 그러니 국민들이 애국가 가사를 잊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이강인 덕분에 애국가를 다시 찾은 듯한 기분이다.

또 하나 감동적인 유튜브는 방탄소년단이 들려준 아리랑이다.

올해 방탄소년단은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지금 미주와 유럽대륙은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큼 ‘BTS 열풍’이다. 그들의 공연을 두고 미 CNN방송은 ‘미국 무너뜨린 BTS, 비틀스보다 더 대단한 성취’라고 제목을 뽑았고, 영국의 BBC는 ‘BTS가 역사를 썼다’며 극찬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등 세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한국 최다 음반 판매량으로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에 등재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BTS는 올해 세계 팝 공연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케이팝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부른 수많은 노래 가운데 특별한 유튜브가 있다. 바로 아리랑 연곡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통의 노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한국인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이 노래가 최근 BTS의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가슴 뜨거운 노래가 된 것이다. 프랑스 공연과 미국 공연에서 엔딩곡으로 선택한 아리랑을 칼군무에 맞춰 부르는 그들의 예쁜 모습을 보노라면 왜이리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울컥해지는지.

세상에 이렇게 애절하고 고우면서 밝고도 사랑스러운, 기분좋은 아리랑이 있었던가. 한국인의 어두운 한(恨)을 넘어,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興)을 더해, 즐거움(樂)과 미래의 희망(希望)을 담은 노래. 그 노래를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이 따라서 ‘떼창’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이라는 긍지가 생기고, 우리의 아리랑이 앞으로 세계인들로부터 아름다운 연가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한다.

이강인, BTS 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애국가와 아리랑을 잊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큰 희망을 본다. 그리고 진실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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