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김주영·황영자 2인전
‘놓아라’전 오는 9월 15일까지

김주영 '그땐그랬지(황토집)'
황영자 '내안에 여럿이 산다'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자신들을 둘러싼 굴레를 벗고, 당당히 독자적 행보를 보여온 두 여성 작가를 만난다.

청주시립미술관은 2019기획전 ‘놓아라!’를 통해 김주영(71)·황영자(78) 작가를 조명한다.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미술관 2, 3층 전시장에서는 설치, 영상, 회화, 사진 등 대표작 80여점을 볼 수 있다.

두 작가는 한국 화단의 원로 여성작가라는 것 외에는 작품에 있어서도 서로 연계점이 없다. 다만 현재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화단의 어떤 그룹이나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일생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출신 대학이나 성별, 당대의 유행 사조 등 자신들을 옭아매는 것들, 어쩌면 다른 이들에게는 보호막이 됐을 것들을 스스로의 일생에서 배제해 왔다. 전시 제목인 ‘놓아라!’는 두 작가의 작업 행보를 가로막는 것들에게 던지는 일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평생에 걸쳐 보인 화업의 한 단락을 내려놓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다.

노마디즘(특정한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유목민적 사고)에 몰두해온 김 작가. 그는 이번 전시에서 노마디즘을 테마로 한 작업 중 ‘떠남과 머묾’을 주제로 캔버스 틀을 벗어난 회화와 물성이 강한 설치 작품들을 보여준다.

2005년 귀국했을 때 마련한 청주 오창의 작업실에서부터 현재의 경기도 안성 분토골의 작업실까지 노마디즘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창의 폐허 황토농가에서 수집한 잔재와 쓰레기, 고도의 세련된 문명을 외면한 옛 방앗간의 부품 등 작가가 기록하고 발견한 재료들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붙이거나 그린 작품 ‘그땐 그랬지’, 캔버스 틀을 벗어난 대형 작품 ‘밤의 심연’, 기록 영상 작품 ‘시베리아, 시베리아’까지.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을 시작한 황 작가. 과거 가부장적 사회속에서도 딸에게 ‘항상 상석에 앉으라’고 가르쳤던 아버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러한 영향으로 그의 작품 속에서 여성은 늘 주인공이었고, 남성은 인형이나 펭귄처럼 자신의 관념 속에서 좌우되는 부수적인 존재로 표현됐다.

이처럼 작가는 여성의 시선으로 자신이 경험해온 것들을 캔버스 화면에 자유롭게 담아왔다. 특히 화가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안한 심리상태와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욕망, 에로티즘의 감정들을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화면구성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까지를 소개한다. ‘몽상가’, ‘내 안에 여럿이 산다’, ‘하늘 길’ 등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 작가는 1948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진천과 청주에서 학창시절(청주여고)을 보내고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1986년 파리에 유학하여 파리 제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인도행을 시작으로 하여 몽골, 티베트, 일본, 유럽, 한국 DMZ 등지에서 노마디즘 콘셉의 퍼포먼스와 설치를 중심으로 한 현장 작업을 해왔다.

황 작가는 1941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윤희 학예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양식, 내용에서 전혀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날카로운 지성과 폭발하는 감성이 서로 섞이고 충돌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화가로서’,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두 작가의 다층적인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