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단의 땅'이던 북한땅에 발을 내디뎠다.

1953년 7월 6·25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된 이후 66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뒤 북측 지역으로 스무 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가 악수를 했다.

이어 북미 정상은 판문점 남측구역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3명의 정상이 대화를 나눴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 곳에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역시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 현직 대통령이 미국과 '적대관계'를 가진 대표적 국가 중 하나로 꼽는 북한 땅을 처음 밟은 것은 70년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향한 노력에 동력을 불어넣는 면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북한과 미국은 아직도 법적으로 끝나지 않은 6·25전쟁의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이며, 전쟁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진 두 나라다.

그렇기에 미국 정상이 분단의 선상에서, 그것도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판문점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나 악수한 데 이어 북한 영역으로 넘어 들어간 것은 그 자체로 주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역사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한반도는 미·소 냉전이 1991년 종결된 이후에도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았고, 냉전 종식 직후 불거져 악화일로를 달린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를 '신냉전의 화약고'로 불리게 했다.

그런 한반도 분단의 최전선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당사국 지도자가 정치적 의지에 입각한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만남이 '예측불가형'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별한 케미스트리(궁합)에 의해, 누구도 예상 못 한 '번개 회동'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상들의 결단이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셈으로 '톱다운' 방식의 접근이 가지는 유효성을 보여줬다.

또 문 대통령을 포함한 남북미 3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장면도 상징성이 크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일 자체가 사상 처음인데다 작년 초 이래 한반도 정세 변화를 선도해온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북미 및 남북미 정상 회동은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허무하게 끝난 이후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게 흘러가던 시점에 성사돼 기대감을 키운다.

회동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미 양측은 비핵화의 접근 방식 등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이번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 정세의 급반전을 가져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간에 불신과 대립을 이어가며 그나마 친서외교를 통해 신뢰를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나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다진 것은 일단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상호 신뢰를 확인한 만큼 극단적인 상황 악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측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실무팀을 꾸리기로 한 만큼 기존 스티븐 비건-김혁철 특별대표 라인 때 보다는 좀 더 무게가 실린 실무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의 결과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판문점 회동이 최대 현안인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간의 견해 차이를 일거에 해소할 계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속' 없는 '외교 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전에 내세울 대표적 외교성과로 꼽는 북미관계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협상보다는 트럼프와의 특별한 관계에 기대 협상을 재개하길 바라는 김 위원장의 이해가 일치한데 따른 '일회성 이벤트'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인 이번 이벤트가 한반도 관련 대화 흐름에 동력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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