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이도근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데이트폭력이라는 말이 있다. 연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정서적·물리적·경제적 폭력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몇 년 전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직접 여성 데이트폭력 피해예방 대책을 발표하는 등 외국에선 그 문제가 꽤 심각했지만, 우리 사회에선 그다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사건은 단순히 ‘폭력’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달 25일 경기 일산에서는 술에 취해 사귀던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에서도 단순히 지나던 남자에게 눈길을 준다고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6년 9364건이던 데이트폭력 관련 신고 건수가 지난해 1만867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신고된 사건 중 절반이 넘는 1만245건이 형사입건으로 이어졌다. 한 해에 1만명이 넘는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 중 대부분이 폭행상해나 체포·감금·협박, 주거침입,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특히 폭력 이후에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기 싫어서’라는 이유를 대는 것을 보면 데이트폭력의 일상화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현행법에는 데이트폭력 기준이나 처벌 대상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7건 있지만 모두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이런 너그러움이 사소한 폭력행위를 점점 키워 더 큰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법적 보호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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