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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행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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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일보
  • 승인 2019.07.02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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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유다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정말 가고 싶었던 콘서트가 있었다. 티케팅에 나름대로 자신 있었기에 겁을 먹진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오후 8시, 서버가 티켓 오픈 동시에 먹통이 됐다. 그 상태가 20분이나 지속됐다. 앞이 깜깜했다. 대체 뭘 해야 되는 건지, 난 콘서트를 갈 수 있는 건지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걱정이 분노가 됐다. 화를 주체 못하고 벌컥벌컥 음료수를 들이켜며 손으로는 쉴 새 없이 ‘새로 고침’을 눌러댔다. 4만5000석이나 되는 좌석에 내 엉덩이 붙일 자리 하나가 없다고 생각하니 하염없이 우울하고, 화가 나고,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 TV 프로그램을 못 보고 잤다면 저런 감정으로 며칠을 더 지냈을 거란 생각에 아찔하다. 터덜터덜 집에 들어가서 아무 생각 없이 틀었던 TV에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아이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근육이 서서히 말라가는 근이영양증과 투병 중인 아들, 현재는 손가락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 데다 호흡마저 24시간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이런 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등교를 도와주고 있는 어머니. 아들이 누운 상태에서도 교재를 볼 수 있도록 미리 사진을 찍어 준비하는 건 물론이고, 아들을 대신해 수업 내용을 필기를 한다. 게다가 혼자 무거운 휠체어를 차에 태우고 내리고, 차로 1시간을 이동하기까지 한다.

이동하는 중간에 PD가 엄마한테 질문을 한다. “힘들진 않으세요?” 엄마의 대답은 “아들이랑 소풍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집에 가면 쉬는데요”였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 엄마의 대답을 들은 아들은 자기는 아니라며 웃으면서 장난으로 받아쳤다.

20㎏도 안 되는 체구에, 뼈만 남아서 같은 자세로 누워있는 것을 30분도 못하고,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30분에 한 번씩 몸을 돌려 달라고 해야 하는 아들.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모자의 모습을 보고 방금 전 내 모습을 반성했다.

16년을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게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못한 일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티켓 못 구한 것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나라도 되는 양 슬퍼하고 화를 냈다.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과 함께 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글에서 읽은 ‘행복 체크리스트’라는 걸 다시 꺼내 봤다. 행복 체크리스트는 △오늘 감사했던 사람 △오늘 감사했던 일 △오늘 마음 기쁘고 즐거웠던 일 △오늘 통쾌하고 짜릿했던 일 △오늘 보람차고 흐뭇했던 일 △오늘 마음 따듯하고 뭉클했던 일 △오늘 두근거리고 설렜던 일 등을 하나하나 되돌아보게 했다.

오늘 감사했던 사람? 콘서트 티켓을 구해 준 형부에게 감사했다. 오늘 감사한 일? 기온도 올라가 봄기운이 완연하고 미세먼지도 적어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오늘 즐거운 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며 수다 떤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이렇게 체크리스트를 따라 몇 번의 질문을 던지고 나니 오늘은 제법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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