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옷이 날개다. 옷이 좋으면 인물이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외모는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된다. 그 외모를 결정하는 데는 얼굴의 생김새와 단정한 옷 차림새가 좌우한다. 여기에 깔끔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 상대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정장을 하면 언행이 점잖아지고 그 반대이면 가벼워지고 추한 모습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경찰이나 군인에게 제복을 입히는 것도 경찰은 경찰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행동하길 기대해서다. 거추장스럽다고 경찰이나 군인이 일반인과 똑같은 옷을 입는다면 경찰,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평소엔 점잖은 사람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처럼 행동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거다. 술에 취하면 갈지(之) 자 걸음을 걷는 것은 보통이고 아무데서나 바지 춤을 내리고 오줌 누는 광경 말이다. 말도 톤이 올라가고 쌍소리가 나오는 등 거칠어진다. 사람은 자기가 입는 옷에 따라 행동을 하려는 속성을 지녔다.

요즘 충북도청 공무원 사회에서 ‘반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근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더운 날씨에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면 에너지 절약과 업무능률이 향상되지 않겠느냐는 명분이다.

심지어 여직원들은 짧은 치마도 입는데 남자 직원에게는 반바지도 못 입게 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한다. 여성들이 남성과 차별하지 말라는 목소리는 들어봤어도 이처럼 남성들이 ‘짧은 치마’를 예로 들며 외치는 것은 신기하게 다가온다.

공무원 반바지 착용은 이미 서울시에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지난해 경기 수원시에 이어 경기도는 이달부터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경남 창원시는 7~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선 데이(Free Fashion Day)로 정해 반바지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반바지 복장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아무리 에너지 절약이라고 하지만 긴바지와 반바지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는가. 자신들 편하자고 반바지를 입자고 하는 건 아닌 지 묻고 싶다.

어쨌거나 주민들을 상대로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에게 그만큼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무실에서 민원인을 반바지 차림으로 맞이하는 건 결례다. 미관상으로도 썩 좋지 않다. 다리에 숭숭 난 털을 동료에게, 민원인에게 내보이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흐른다 해도 공무원 조직은 이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의 선망 직업인 공무원들이 나 좀 편하자고 일반인과 똑같이 언행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바지 입고 근무하겠다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 복무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단정한 옷차림은 사회생활하는데 기본 예의다. 노타이 정장, 콤비, 니트, 남방, 정장바지, 면바지 등 얼마든지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한여름을 날 수 있다.

반바지를 입은 공무원을 보고 주민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더더욱 다리에 난 털을 보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들게 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반바지를 허용해 봤자 얼마나 입을 것인가라는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미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기존 옷차림을 고수하는 데서 반바지 비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요즘 공무원은 과거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편한 옷을 입는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 여름에 넥타이 매고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그래도 한눈에 공무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수수한 복장을 한다.

공무원도 사람인데 옷 입는 것까지 제약을 받아서야 되겠느냐고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분명한 건 공무원도 사람이지만,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 공무원이니까. 국민의 녹을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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