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이 한반도를 전 세계 뉴스의 중심에 서게 했다.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곧바로 한반도로 날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의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주며 1박 2일간 공식 일정을 소화해 냈다.

방한 기간 중 우리 국민들 마음에 상처를 준 사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은 이례적일 정도로 굴욕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방한 이틀째 열린 경제계 인사들과의 간담회 장소에는 국내 굴지 재벌그룹 회장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고 한다.

삼성과 현대는 물론 SK, LG, 롯데, 한화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이날 간담회가 열리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 내심 궁금해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 연설 도중 이례적으로 국내 몇몇 대기업 총수를 직접 호명해 일으켜 세운 뒤 구체적 투자 사례까지 들며 칭찬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아무리 전 세계 최강국임을 자부하는 미국의 대통령이고 입만 열면 우방국이라고 떠벌리지만,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세워 둔 이날 행동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경제 규모 면에서 대한민국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 상황과 맞물릴 경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영락없이 지지율을 높이려 경제적 측면에서 각 나라에 수지타산을 맞춘 압박용 카드를 꺼내들곤 했다.

결론은 이날 간담회라는 명목을 빌어 국내 대기업 회장들에게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한 셈이 돼 버렸다.

경제 규모가 전 세계 1위인 미국 대통령이지만, 동방의 아주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을 ‘봉’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치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뜬금없이 대기업 회장들을 일으켜 세워 칭찬하고 뒤통수를 보이며 얘기를 듣는 그룹 회장들 모습을 TV로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압박으로 여길게 뻔하다.

대한민국 대기업 회장들을 상대로 미국 국민들에게 중계되는 상황에서 ‘장사꾼 논리’를 어김없이 내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헐리웃 액션’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날 간담회가 내년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우위를 선점해 재선을 달성하려는 의도의 정치적 행보로 연결 짓는 분석이 가장 정확할 지도 모른다.

북미 정상이 만난 판문점에서 미국 측 관계자가 국내 언론은 통제하고, ‘US POOL’을 외치며 자기네 나라 기자만 면담 장소로 안내하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힌 사실만 봐도 트럼프 속내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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