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한국문단의 거목 유종호(85) 평론가가 최근 에세이집 <그 이름 안티고네>를 펴냈다.

월간 현대문학과 네이버 문화재단 ‘열린 연단’에 실었던 글들을 엄선해 묶은 책으로 현시대에 대한 비판적 통찰과 노년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이 책은 ‘담배 그리고 시간’, ‘그 이름 안티고네’, ‘채식주의자에 대한 반응을 보며’, ‘내 삶의 소롯길에서’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됐으며 41편의 글이 실렸다.

그의 통찰은 날카롭다. 그는 이 책의 1장에서 “이른바 노년의 지혜라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노년의 아름다움이나 깨달음 뒤에 오는 지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세상 풍속이나 삶의 곡절을 많이 겪었다고 해서 각별한 지혜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고 어려움에 대한 면역력이 조금 생겨난다는 정도가 아닌가, 생각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2장에서는 사회의 문제들을 엄정한 시선으로 본다. 한국 사회의 ‘편향과 쏠림 현상’을 지적한다.

그는 “쏠림 현상을 극복하는 데 있어 소수 의견의 활발한 제시와 이를 매개로 한 자기 성찰은 개인의 성숙과 사회의 성숙을 위해서 긴요하다”며 “모든 수준에서 다양한 소수 의견이 두려움 없이 제시될 수 있는 사회라야 열려 있는 자유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3장은 문학과 인문학의 위기가 도래한 현시대와 관련한 에세이를 실었고, 4장은 유 평론가의 체험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겪은 지옥 같은 경험, 부역자로 지목돼 온갖 수모와 불이익을 당해야 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저자의 책을 읽고 찾아온 동향의 독자와의 만남 등 지나온 시간이 결국 ‘나’ 자신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었음을 고백하며 퇴직 후에야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만족감과 기쁨, 감사함을 전한다.

유 평론가는 “이 책은 21세기 들어서 내는 열다섯 번째 책”이라며 “사람들은 닥쳐오는 삶의 종언을 의식에서 몰아내려 한다. 글을 끼적거리는 것도 삶의 궁극적 사실을 외면하려는 심층적 충동의 소산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유 평론가는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와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나왔다. 1957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했으며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학술대상 등을 받았다. <유종호 전집> 외에 <회상기-나의 1951년>, <회상기-나의 1950년> 등의 저서를 냈다. <그물을 헤치고>, <파리대왕>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예술원장, 연세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대문학. 396쪽. 1만5800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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