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박은혜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셋째는 아들 하나 낳아야지?”

딸만 둘인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특히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니 젊을 때 하나 더 낳아 애국자가 돼보라는 말도 들어봤다.

일단 셋째를 고려한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성별을 가리지 말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자. 아이는 스스로 크질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봐야겠지만, 핏덩이를 제법 사람 구실하도록 키우려면 7~8년이 걸린다. 어찌어찌 걸음마까지 시켜놓고 어린이집에 보낸 뒤 나는 회사에 복귀를 한다.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직장 퇴근과 동시에 집에 출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퀭한 눈에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고,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듯 좀비 같은 몰골로 출퇴근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영양분은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내 몸은 어찌하랴. 첫째와 둘째 아이 돌봄과 동시에 신생아를 키우다 보면 몸조리는 물 건너간다. 그래도 모성애가 넘쳐흘러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다른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 인원수만큼 차에 카시트 세 대를 장착하려면 정작 운전자 외에 다른 사람이 앉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큰 차를 사든지 이동할 때마다 자동차 두 대를 굴려야 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셋째 도전을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인식도 한 몫 한다.

엄마가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다니면 자상한 아빠라고 칭찬받는다. 육아는 엄마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아직까진 아빠보단 엄마의 참여율이 높다. 나 또한 결혼생활 대부분을 주말부부로 지낸 탓에 가사와 육아는 오롯이 내 몫인데 거기에 ‘신생아’까지 얹는다면 파업 선언을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셋째 낳으면 나라에서 키워준다며 지원 혜택이 많다는 말도 많이 듣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 혜택일 뿐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앞에 언급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이를 낳기란 쉽지 않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것들을 돈으로 보상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내 주된 업무는 민원인이 출생 신고한 내역을 확인‧기록하고 인구 동향을 전산에 입력하는 것이다. 업무를 하면 할수록 출생아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동감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낳기란 힘든 일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출산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왜 여성들이 아이 낳는 것을 꺼리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헤아려줬으면 한다. 출산장려금 등의 각종 수당과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 의무화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저출산은 모두의 인식이 변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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