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6801.3㎡에 오·폐수 들어차 벼도 못 심어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 인근 공장들이 흘러보낸 오폐수가 흘러가는 모습.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 인근 공장들이 흘러보낸 오폐수가 흘러가는 모습.
오폐수가 인근지역 논으로 흘러들어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오폐수가 인근지역 논으로 흘러들어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군과 공장주는 이를 묵살했다. 잡초만 무성히 자란 논의 모습.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군과 공장주는 이를 묵살했다. 잡초만 무성히 자란 논의 모습.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에서 벼농사를 수십 년 째 지어온 A씨와 B씨의 논 6801.3㎡에 벼를 심지 못하고 있다.

이들 농민들은 “지난해까지 멀쩡하게 벼농사를 지어 왔었는데 올해 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논이 완전히 썩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멀쩡했던 논은 인근 지역 공장 7곳에서 흘러나온 오·폐수가 논으로 오랫동안 흘러들면서 폐허가 돼 버린 것이다.

농민들이 억울해 하는 것은 음성군의 대처 방식이다. 군 관계자들은 음성환경지킴위원회와 농민들의 민원 제기로 현장에 나왔다. 2개 부서의 주무관들과 농민 2명, 서대석 환경지킴위원장, 인근 공장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원만히 협의에 이르는 듯 했다. 각각의 공장에서도 충분히 보상하겠다며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조처하겠다고 했다.

군 관계자들도 공장 승인과 관련해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뒤 돌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군도 공장 관계자들도 깜깜 무소식으로 일관했다. 논은 그대로 방치되어 벼도 심지 못했고 농민들은 억울한 마음에 눈물만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 A씨는 “내가 바라는 것은 보상도 보상이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다”며 “군 관계자도 그렇고 공장 관계자들도 지금은 엉뚱한 말로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 B씨는 “인근지역 공장들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며 “오·폐수를 위탁·처리하는 공장에서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폐수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러면서 당시 논으로 흘러들어오는 폐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이들 공장 7곳에서는 최근 농민들에게 합의서를 보냈다. 내용은 올해 농사 못 지은 것에 대한 보상을 하는데 50%는 선지급하고 50%는 7곳의 공장이 합의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로설치를 위해 토지사용을 승낙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민들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잘못은 자기들이 해놓고 농민에게 보상할테니 토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냐”며 “군도 농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있다”고 분개했다.

현재 삼성면 덕정리 피해 농가의 논에는 잡초만 수북하게 자라난 상태로 속수무책인 농민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음성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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