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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 동아시아에 출현한 ‘삼왕(三王)체제’
동양칼럼 / 동아시아에 출현한 ‘삼왕(三王)체제’
  • 동양일보
  • 승인 2019.07.07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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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2017년 9월의 어느 날. 시진핑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왔다. 필자가 중국에서 들은 전언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신은 중국의 왕(king) 아니냐. 더 센 왕이 되시라. 곧 내가 중국을 방문하여 당신을 만나고자 한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 해 11월에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당신은 왕(king)"이라고 하자 시 주석이 “나는 왕이 아니라 주석(President)”이라고 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종신 주석(President for life)이니 왕”이라고 다시 말했다. 이듬해인 2018년 2월에 중국은 헌법을 개정하여 주석의 임기제한을 없애고 시진핑의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이 시기에 트럼프는 미국의 왕이 되기 위해 거침없이 진군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유권자 명부를 작성했던 시도를 트럼프는 이를 연방 대통령 선거에도 도입하자며 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사법 체계를 장악하려 했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에 개입했고, 정치적 경쟁자를 악마화했다. 민주헌정을 떠받치는 합리적 국가이성이 부정하고 강력한 권위주의를 열망하는 두 명의 왕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강한 지도력과 국가주의를 신봉하는 강대국 정치는 어느 날 갑자기 변해버린 동아시아의 국제정치 질서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지역패권(regional hegemony) 경쟁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군사력 경쟁을 요체로 한 지정학(geo-politics)의 영역이었다. 이 시기에 군사력에 바탕을 둔 힘의 국제질서를 둘러싼 경쟁은 격화되었지만 경제 영역에서는 세계화에 바탕을 둔 자유무역과 호혜와 협력의 틀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는 양국의 패권 경쟁이 군사력 경쟁을 상수로 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환율 전쟁으로부터 시작하여 무역 분쟁이라는 나아갔다. 미국은 태평양을 넘어 인도양까지 확장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방하여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역시 조용한 도광양회(韬光养晦) 전략을 힘을 과시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전술을 변경하고 남중국해로 진출하였다. ‘제조 2025’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표방한 시진핑에 미국은 일전을 불사한다. 냉전과 열전을 반복하던 양국의 경제전쟁은 이제 지정학을 넘어 지경학(geo-economics)의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한다.

최근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한국도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에 지역 강국을 지향하는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였다. 일본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탈했으며, 장차 통일된 한국은 반드시 중국화될 것이라며 견제에 나섰다. 단순히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즉자적 반응이 아니다. 자민당 장기집권 토대 위에 아베 총리는 “이제 나도 왕이다”라고 소리친다. 저 멀리 두 명의 왕이 격돌이 동아시아 국제정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 작은 왕은 아시아의 지도국으로 부상하는 전략적 도발을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는 반도의 지정학이라는 준엄한 국면에 진입했다. 내년이면 황준원의 <조선책략>이 집필된 지 140년이다. 우리는 강대국 정치에서 희생을 거부하고 거침없는 희망의 진군을 시작해야 한다. 이 ‘삼왕(三王)체제’에서 중견국가 대한민국의 21세기판 ‘한반도 책략’이 긴요하다. 보수와 진보를 관통하는 공론의 장에서 국가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딛고 도전을 극복하는 담대한 정치, 협력과 단합의 정치다. 그것이 아니라면 분열된 민주국가인 우리는 독재국가인 주변국에 압도당하게 될 것이다. 주도하지 않으면 주도당하는 국제정세에서 새 아침의 모닝콜이 우리를 깨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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