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 지난해 가을, 정확히는 2018년 9월 25일 부산 해운대에서 인도를 걸어가던 윤창호와 그의 친구를 만취 운전자가 치어 뇌사상태에 이르게 했고, 결국 윤창호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카투사 군 복무 휴가를 나와 친구와 걸어가던 길에 난데없는 음주운전자의 돌진으로 사고를 당한 스물두 살의 청년은 46일간의 사투 끝에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됐고, 분개한 그의 친구들의 청원으로 사고 발생 4개월 만에 윤창호 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가 살아있다면 내 막냇동생과 같은 나이기도 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은 오죽했을까. 음주운전은 움직이는 시한폭탄과 같아서 사랑하는 가족과 그 가정을 파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도로 위의 시한폭탄은 비단 사람만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 역시 병들게 한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차량 파편 같은 경우 부피가 큰 것들은 대충 인도 위에 올려두고 자잘한 잔해들은 치우지 않고 도로에 방치되는 일이 허다하다. 이뿐만 아니라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 둔 보행자 펜스, 경계석, 볼라드 등 각종 도로 부속물들이 파손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이를 재정비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2차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정서와 잣대로 취중에 한 행동에 대해서는 그다지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왔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범하고 호탕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밤새워 술을 마셔도 다음날 거뜬하다며 자랑삼기도 하며 그런 사람들을 비범한 사람인 양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도 올바른 음주습관을 저해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음주운전 단속을 가까스로 피한 무용담을 줄지어 늘어놓기도 일쑤이며 “한 잔 밖에 안 먹었으니 단속에 걸려도 수치가 안 나온다”, “나는 집이 바로 앞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라는 식의 안일주의와 방관으로 음주운전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곤 한다. 이렇듯 무모한 음주운전의 밑바닥에는 우리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깔려 있어 사회적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알딸딸한 기운에 패기와 객기 넘치던 태도는 알코올 기운처럼 온데간데없이 날아가고, 결국 남는 건 머리를 짓누르는 숙취처럼 끔찍한 사고와 처벌임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잡는 일은 결국 개개인의 의지와 습관, 주변인들의 관심에 있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제는 술을 적당히 마시고 자제하는 슬기로운 음주생활로 타인을 불행하게 하는 음주운전이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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