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며칠 뒤면 삼복더위 중 첫 번째인 ‘초복’으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몸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등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해 강력한 폭염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경험한 탓에 여기저기서 전기료 걱정이 한창이다.

그나마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 7~8월에 한해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이 폭염 때는 16%, 평년 기온일 경우 18% 덜게 됐다.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이번 개편안에 따라 누진 1단계 구간을 기존 0~200kwh에서 0~300kwh(100kwh 추가)로, 누진 2단계 구간을 기존 201~400kwh에서 301~450kwh(50kwh 추가)로 조정했다. 작년 기준으로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폭염 시 도시 4인 가구 기준으로 한달에 500kwh의 전기를 쓰는 경우 그간 월 10만4140원의 요금을 납부했으나 앞으로 누진제 개편에 따라 8만8110원으로 낮아지며 부담을 1만6030원(15.4%) 덜게 된다. 평년 기온대로 4인 가구가 350kwh의 전기를 쓴다면 요금은 5만5080원에서 4만4320원으로 내려간다. 할인액은 1만760원(19.5%)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개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의 적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료는 OECD 주요국 가운데 매우 저렴하다. 주택용은 34개국 중 아래서 네 번째이고, 산업용도 OECD 평균을 밑돈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이 앞 다퉈 전기료가 낮은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일부에선 애먼 주택용 전기료를 올릴 생각하지 말고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매년 여름 되풀이 되고 있는 냉방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도 분명 있다.

값싼 상업용 전기를 사용하며 여전히 개문(開門)냉방 중인 상가나 난방비와 커피 값 등에는 크게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유독 냉방비에 민감한 우리의 그릇된 의식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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