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베트남 국민들에게 준 상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베트남전 당시 전쟁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하지만 상처는 상처다.

한켠에서는 일본의 사죄를 받으려면 베트남 문제부터 사과하는게 정의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고언도 할 정도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베트남의 많은 여성이 대한민국에 결혼이민자로 들어와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과 베트남은 외교적으로도 설명이 쉽지 않은 묘한 관계인데 이번에 또 어처구니 없는 ‘야만적’ 사건이 터졌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 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그것이다.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의 뺨, 머리, 옆구리를 주먹, 발로 마구 때리고, 옆에는 두어 살 된 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우는 모습에 담겼다.

피해 여성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한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남편이나 시아버지에게 살해된 비극을 떠올린다.

가정폭력은 심각한 문제다. 외부 시선이 닿지 않는 가정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여성·아동 폭력은 여전하고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가혹한 게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폭력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2007년부터 약 10년간 국내에서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민 여성이 19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매년 전체 혼인의 7~11%를 차지하고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그중 베트남은 숫자가 유난히 많아 '사돈국가' 또는 '형제국가'라고도 말한다.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우리 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을 방문하는 고위 관리들이 가끔 현지 당국자들로부터 듣는 게 '제발 우리 딸들 때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라고 한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정부는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우리와 조금 다른 외국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의지할 데 없는 결혼이민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강한 처벌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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