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베이징으로 출장을 간 조카가 서점 사진을 보내왔다. 한국의 여느 서점과 다를 바 없이 멋지게 인테리어가 된 현대식 서점이었다. 조카는 두 번째 사진도 역시 서점 사진을 보냈다. 그곳은 밤새 책을 읽을 수 있는 24시간 심야서점이라고 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 있는 것이 보였다. 조카가 서점 사진을 찍어서 보낸 이유는 최근 일본 츠타야 서점의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글을 읽고 서점에 관심을 갖게 된 덕이다. 중국에서 이런 야간 심야서점은 무려 95곳이나 된다고 했다.

베이징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는 서점의 풍경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요즘 독서열풍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서점’과 ‘독서’라는 아날로그적인 바람이 부는 데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뒷받침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오프라인 서점 발전 지원정책으로 서점에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하고, 시민들에게는 책을 읽으면 일종의 쿠폰 같은 상품권을 주어 그 상품권으로 관리비도 내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출판사업도 활황이다.

다만 중국이 우리와 다른 것은 대형서점들이 개인소유가 아니라 정부소유가 많고 그런 이점으로 ‘한 구역에 서점 한 개’를 목표로 오는 2020년까지 베이징시 16개 구區마다 종합문화서비스 기능을 갖춘 대형 도서타운이 조성된다는 점이다. 또 중점거리와 인구밀집 구역, 신축 주택단지 및 기업이 집중된 과학기술단지와 공업단지에 200개의 상징성 있는 서점이 리모델링되거나 신축된다. 가장 부러운 것은 주택구역 서점을 기반으로 해서 15분 거리 간격으로 주민들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공독서 서비스시스템을 구축해, 주민들이 집에서 15분 거리면 책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계획.

출판도, 서점도, 독서운동까지도 사양길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정책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일부 지자체 중에서 독서운동을 장려하는 곳들이 있긴하나 효과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의정부시는 2015년 우리나라 최초로 ‘공공도서관-지역서점 멤버십 포인트제’를 제정해 시민의 독서율을 높이고 지역 서점도 살리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관내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반납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이를 지역 서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또 성남시는 올해 2억25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만19세 청소년이 성남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6권 이상 빌리면 지역상품권 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대상을 19세 청소년으로 한정한 것은 중고등 학생들은 입시준비로 독서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 대학입시가 끝나는 만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자생적이진 않으나 이렇게라도 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다.

한국인의 독서시간은 하루 평균 6분,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최근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1년에 평균 72권, 미국은 77권을 읽는데 비해 우리는 한달에 평균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15세 이상 독서율이 83.4%로 OECD 1위를 차지한 ‘독서의 나라’ 핀란드는 학교 교과를 교과서가 아닌 ‘책’으로 수업한다. 별도로 독서 과목을 두는 것이 아니라 '책'을 교재로 수업함으로써 독서 교육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제도화한 것이다. 목록에 있는 책을 다 읽으면 독서 수료증을 주고, 책 읽어주는 할머니, 독서 도우미개(dog) 제도 등 국민들이 독서와 친해질 수 있는 각종 독서교육제도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올해 8월30일~9월1일까지 청주에서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린다. 이 행사는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서진흥에 앞장선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책의 도시’를 선포하고 전국 규모의 독서축제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 기간 동안 책과 관련한 전시·체험·학술·토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이 행사가 모쪼록 청주에도 독서바람을 일으켜 책읽는 습관이 생활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임이사>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