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부가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냈다.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민간택지에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낮추면 전체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본다. 새 아파트를 청약을 통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기존 아파트를 고가에 살 이유가 없고, 그렇게 수요가 줄면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부작용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기존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오래된 단지·지역의 집주인이나 건설사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재건축, 재개발을 포기하고, 이런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줄며, 인근의 신축아파트 등은 희소성이 높아져 수요가 몰리고, 이는 결국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어느 시나리오가 맞을까. 앞엣것대로 간다면 제도는 성공하겠지만, 뒤의 시나리오가 맞는다면 실패한다.

전자의 그림대로 가려면 '새 아파트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초기의 전제가 잘 작동해야 한다. 분양가를 낮춰주면 시행 초기 이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게, 아주 짧은 기간에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즉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일부 당첨자들이 저렴하게 분양된 아파트를 받아 좋아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싼 분양가에 맞춰 토지와 건물을 제공할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양가는 억지로 낮출 수 있지만 손해 보면서 재건축, 재개발도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집값이 안정될 테니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제도의 찬성이나 반대쪽 모두 내심 그걸 기대하거나 우려하는지도 모른다. 시행 초기에는 이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충격요법일 뿐이어서 그 효과가 오래 가기는 힘들다.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돼 장기적으로 권장할 바가 못 된다.

미·중무역 전쟁에 이어 일본의 강제징용배상 판결 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살얼음 걷듯 조심스럽게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전반적인 경기에는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만 잡는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그 묘안이 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효과와 부작용을 잘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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