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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고맙고 사랑해”
동양에세이/ “고맙고 사랑해”
  • 동양일보
  • 승인 2019.07.1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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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청주시투자유치과 주무관
한송이 <청주시투자유치과 주무관>

(동양일보) “일어나요 엄마, 책 읽어 주세요.”

본능적으로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매일 아침 나를 깨우는 것은 요란한 알람 소리가 아닌 다섯 살 아들 녀석이다. 신생아 때부터 잠이 없던 아들은 언제나 나를 깨워주는 기상 요정이다.

결혼 전 일 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 이불 속을 파고들던 딸을 깨워주시던 친정 엄마 대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 아들이 매일 아침 나를 깨운다. 비몽사몽 졸린 눈을 겨우 뜨고 아들과 앉아 새벽부터 자동차 책과 동화책을 읽으며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다섯 살, 지나가는 자동차 이름을 줄줄 외고 한글 읽는 재미에 푹 빠진 아들이 어느 날 자기 발 도장이 찍힌 액자를 유심히 보더니 “그런데, 왜 고맙고 사랑해요?”라고 물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준우가 엄마 아들이니까 고맙고 사랑하지”라는 뻔한 대답을 했다. 말끝마다 ‘왜요?’라고 물어보는 아들은 그 후로도 “왜요, 왜 고맙고 사랑해요?”라며 수없이 물었고 그러다 잠이 들었다.

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장난감을 정리하다 아들의 발 도장 액자를 보며 ‘고맙고 사랑해’라는 글귀를 보고 있으니 그동안의 일들이 추억처럼 떠올랐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아들은 수개월의 병원 생활을 했고 많은 고비를 이겨내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낸 아들이 대견했고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늘 두려움이 함께했다.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고 느린 아들을 볼 때마다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걸을 수 있을까, 뛰어다닐 수 있을까, 말을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했다. 늘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느라 정작 내 아이가 무엇을 잘 하는지, 얼마나 자랐는지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살았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인터넷으로 아들 또래의 아이들에 대해 더 이상 검색해보지 않았다. 오롯이 내 아이에게만 집중하기로 결심했고 누구와의 비교도 하지 않았다. 많은 육아 서적과 보통 아이들의 발달과 비교하면 우리 아이는 아직도 또래를 따라가진 못한다. 여전히 조금 늦고 서투르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은 현재 진행 중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참으로 이상한 엄마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성장하고 있을지 생각하며 어리석은 마음을 다잡고 있다. 어쩌면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 스스로 남과 비교하고 때로는 좌절하거나 시련을 겪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그저 네가 엄마의 아들이니까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엄마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로 묵묵히 응원해 주고 싶다.

오늘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자는 아들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언제나처럼 내일 새벽을 활기차게 열어줄 아들 옆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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