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아파트 베란다에서 앞의 전망을 감상할 겸 주택가를 바라보자면 세상사가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 높은 층에 거주하다 보니 일반주택의 지붕 혹은 옥상이 훤히 보인다. 가지각색의 모양과 색상이 매우 멋지게 비춰지며 가끔은 재미있는 광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베란다에서 종종 마주하는 장면 중에 전면 3층 원룸의 옥상에는 하얀 백구가 사는데, 평소에는 홀로 옥상을 지키지만 가끔은 주인내외분과 재미있는 게임을 하곤 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주인아주머니께서 올라오시면 반려견이 스킨십으로 기쁨을 표하며 꼬리치며 격한 반응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주인아저씨가 올라오시면 서로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보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주인아저씨께서 간만에 반려견과 스킨십도 할 겸 잡으려 하지만 반려견은 천방지축으로 뛰며 잡히지 않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연습한 것도 아닌데... 대각선 방향으로 서로 나잡아 봐라! 를 하면서 뛰어 다닌다. 결국 반가움은 즐거운 게임으로 변하여 표현하는 듯하다. 이렇게 즐거운 만남을 표현하는 방법은 가지가지이다. 요즘 가장 반가운 것은 무엇일까? 반가운 것을 마주하면 행복하다. 반려견과 마주하는 것도 기쁨이고 행복한 일상이다. 하지만 요즘은 마른장마가 지속되다 보니 단비가 그립다. 이런 시기에 간만에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비가 내렸다. 지난주 마른장마 끝에 온 대지에 비가 내려 행복했다. 정말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무섭기 보다는 그립다 싶을 정도로 가뭄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삼년 가뭄은 견뎌도 한 달 홍수는 못 견딘다는 말도 있으나 홍수가 그리운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가? 힘에 부칠 정도로 가뭄이 심각하지만 마냥 물이 반가운 것은 아니다. 장마 끝은 남는 것이 없다고 하니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이렇게 귀한 물이 어느 날 어린 시절 시골 고향의 부엌으로 회상(回想)되어 문득 생각난다. 맛난 식사 후에 그릇은 자신물통에 넣어라. 자신물통에 수저 젓가락 씻어 가져오라는 등등 어린 시절의 시골집이 정겹게 회상되었다. 오늘은 자신물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해 보고자 한다.

자신물이란 무엇인가? 자신물은 방언으로 개숫물이라 한다. 이는 설거지하려고 담아놓은 물로 경상도 북부 사투리이다. 혹은 개숫물을 일컫는 충청도 논산 지방의 말이다. 개숫물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음식 그릇을 씻을 때 쓰는 물로 설거지물이라고도 한다. 방언으로는 가싯물 기융물 자숫물 자싯물 이라고도 하며 북한어로는 가시물 개수물이라고 한다. 개숫물과 설거지물이 모두 널리 쓰이는 표준어이다. 개숫물의 옛말인 갸슈물은 19세기 문헌에 나타나며 갸슈와 물이 결합한 합성어이다. 그릇을 뜻하는 갸슈는 15세기에 갸로 표현되며 중국어 家事(jiashi)의 차용어이다. 갸슈가 갸에서 온 것인지 또는 다른 차용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현대 국어의 개숫물은 개수와 ㅅ(사이시옷) 그리고 명사 물이 결합한 것이고, 개숫물이 원래는 음식 그릇을 씻은 물을 뜻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그릇 씻은 물뿐이 아니고 일반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폐수도 일컫는다. 예전에는 개숫물이 강으로 흘러가는 동안 자연정화 되었으나 오늘날은 화학성분까지 잔뜩 머금고 있어서 강물과 바닷물을 오염시킨다. 강물과 바닷물의 오염은 개숫물 처리만 잘해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개숫물의 양을 적게 하고 천연 세제를 사용하여 유기적인 분해가 잘 일어나도록 하면 환경이 보호되고 인류가 건강한 물을 섭취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은 매우 소중하고 종류도 다양 하다. 우리 삶에 진리가 되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어휘가 생각난다. 일산생활의 대화에도 많이 사용되는 마중물은 펌프질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물늘 물이며, 어떤 잠재력이나 좋은 결실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발을 씻는 데 쓰는 물은 발숫물,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은 낙숫물이라 하며, 속담에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작은 힘도 꾸준히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나비물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옆으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을 말한다. 앞에서 언급 했듯이 무언가의 희생 혹은 공감 나눔 소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물이 자신물 일수 있다. 이제 물은 인간에게 생명수이며, 물 없는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귀한 물의 소중함을 알고 작지만 자신물의 정화로 지구를 살리고 인간이 함께하는 참맛 나는 세상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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