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교육연구사(충북자연과학교육원)

(동양일보) ‘딴딴딴 딴딴따단딴~ 따단단’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던 멜로디, 바로 미드 맥가이버의 오프닝 음악이다. 천재적인 임기응변과 기지를 지닌 맥가이버에게 흠뻑 빠져있었다. 그는 당시 다른 인기 주인공인 원더우먼이나 에어울프, 600만불의 사나이 등과는 차원이 달랐다. 초능력이 아닌, 물리학과 화학 등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사제폭탄을 제조하거나, 연기를 만들어내고, 거울의 착시현상을 이용하여 잠긴 문을 여는 등 그는 늘 주변 환경과 도구를 활용하여 첩보원의 임무를 멋지게 완수하곤 하였다. 학창시절의 배움과 성장과정의 경험을 종합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사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맥가이버야 말로 지금 이 시대가 말하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아니었을까?

지난 2주간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준비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러 각 지역의 학교를 다녀왔다. 첫째는 대회를 앞두고 발명품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격려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목적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이디어의 유사성과 발명품의 완성도를 걱정하시며 근심 가득한 얼굴로 첫 대화를 시작하곤 하는 것은 선생님들과의 만남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계획서를 보고‘이미 판매되고 있는 물건을 발명품이라고...’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기존 작품과는 어떻게 다르고, 왜 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자신감 넘치는 제작 스토리를 듣고 있노라면, 듣는 내가 절로 신이 난다.

아이들에게 발명이란 세상에 없는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는 마법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보는 적극적인 문제 해결의 과정인 것이다. 내 주변의 물건, 우리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그 방법을 모듈화해보는 교육과정 속의 경험, 프로젝트 학습의 마지막 산출물이 곧 발명이다.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아이들이 만든 발명품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결과가 아닌 생각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는 만큼 신나게 내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맥가이버는 항상“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라는 말을 시작으로 문제해결의 스토리를 풀어내곤 한다. 맥가이버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신 할아버지의 역할을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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