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고문

(동양일보) 충북도와 청주시는 KTX 오송역사 동북 측으로 700여m 떨어진 지점 20만5000㎡ 부지에 충북청주전시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도비와 시비 각 500억원과 국비 290억원을 포함한 1698억원이라고 한다. 2015년부터 행정절차를 걸쳐 2018년 11월 국토교통부의 오송산단계획 변경 고시 상태이다. 현재 토지매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충북청주전시관 건설 사업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마음으로 한번 쯤 다시 뒤 돌아봤으면 해 이 글을 쓴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전시관 입지로 현 부지를 확정하기에 앞서 KTX 오송역사 인접부지를 검토했었다. 당시 주민조합이 추진하는 오송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였고, 그곳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이었다.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해 불가피하게 현 부지로 결정했던 것 같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때 혼란 상태에 있던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 새로운 시행대행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실시설계 인허가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오송역사 유휴부지 1만1000㎡에 대해 민간제안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오송역은 KTX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역이다. 충북도 등이 추진하고 있는 KTX 강호선(가칭: 호남-오송-강릉선)이 오송역에서 분기될 날도 멀지 않았다. 세종시 관문역 역할까지 하고 있는 오송역은 이미 우리나라 철도교통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토공간에서 오송역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오송역의 국토공간상 위상과 지리적 입지조건으로 볼 때 오송역세권의 핵심기능 중 하나로 MICE 산업(복합 전시‧이벤트 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심에 호텔과 유통, 컨벤션‧전시 기능이 자리 잡아야 한다.

오송역세권에 MICE 산업 허브를 건설해야.

충북청주전시관이 현 위치에 들어설 경우 오송역세권에 MICE 산업 유치는 차질을 빚어 늦어지겠지만, 결국은 입지해 둘 간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오송역사와 연계되고 호텔기능, 고급유통기능 등이 복합된 시설이 더 경쟁력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전국 컨벤션‧전시시설 중 적자를 보지 않은 곳은 서울 강남 코엑스 정도이고 부산 벡스코가 손익 분기점에 있는 것 같다. 현 충북청주전시관 계획은 상업용지 등을 분양하여 사업성을 높인 것으로 되어 있다. 대형유통시설과 쿠팡 등 인터넷 쇼핑이 거리 상가들을 초토화 시키고 있고, 이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뚜렷한 입지적 장점을 갖추지 못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 계획은 공허해 보인다. 오송역세권 사업에 다소 지장을 주더라도, 그나마 충북청주전시관이 잘 운영된다면 충청북도와 청주시 현 계획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이곳에 대단위 전시기능을 계획한 데는 오송역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역에서 700m 이상 떨어진 시설이 기획이벤트 행사 이외에 얼마나 이용되겠는가? 더구나 오송역세권에 컨벤션‧전시 기능이 들어서면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엄청난 도비와 시비를 들여, 오송역세권 사업에 상당한 지장을 주면서까지 추진한 사업이 결국 운영난에 허덕이다가 골치 덩어리로 남을 것 같다.

오송역사 주변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 유휴 부지가 상당량 있다. 3층으로 되어 있는 철로교각 밑은 주차장이나 전시공간으로 훌륭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주변 사유지와 도시개발사업조합 소유 부지 일부를 합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다. 지금이라도 충청북도, 청주시, 한국철도시설공단 및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조합이 추진한 역세권 사업과는 별도로 특수법인회사를 설립하여, 함께 오송역세권 MICE 산업 허브를 건설하기 바란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지분참여를 통해 필요시설(4만㎡?)를 확보하고, 현 충북청주전시관 예정지는 부지매입 완료 후 오송3산업단지 혹은 2단계 역세권 사업 부지에 편입시키는 등 값지게 활용하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 오송역 활성화에 지장 줄 것을 염려하여 온 충북도민이 나서 KTX 세종역 건설을 저지하고 있다. 충북청주전시관의 운영과 이용자 편의성을 고민하고, 그리고 오송역 활성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멀리 보는 대승적 결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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