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조사결과 “주변에 고분 40여기 더 있다"

무령왕릉과 '중방'명 벽돌
송산리고분군지표조사결과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현재의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송산리고분군(사적 제13호) 일대에 ‘제2의 무령왕릉’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백제 웅진도읍기(475∼538) 왕실 묘역인 송산리고분군에서 진행한 고고학 지표조사와 지하 물리탐사를 실시한 결과 기존 무덤 7기 외에 고분 47기가 더 남았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성준 부여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송산리 고분군 주변의 정비하지 않은 야산에 고분 41기, 정비된 지역 지하에 무덤 6기가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비 구간에서 찾은 무덤은 일제강점기에 보고된 7∼9호분과 29호분 흔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산리고분군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 무령왕릉과 5·6호분이 있고, 동북쪽에 1∼4호분이 존재한다. 1∼5호분은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이고, 6호분과 무령왕릉은 틀로 찍어낸 소성(燒成) 벽돌로 쌓은 벽돌무덤인 전축분(塼築墓)이다.

송산리고분군에 백제 왕릉이 있다는 사실은 조선시대 문헌인 '동국여지승람'에도 있으며, 일제강점기인 1927∼1933년에 가루베 지온(輕部慈恩)과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조사해 무덤 29기가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발굴은 1∼5호분과 7∼8호분, 29호분을 대상으로만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문헌과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을 살핀 뒤 고분 흔적인 봉분이나 석재를 조사하고 입지 특성과 지형을 분석했다. 이어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과 함께 지하 물리탐사를 시행했다.

이 연구관은 "이번에 추가로 발견한 고분 41기가 일제강점기에 보고된 29기와 얼마나 중복되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일제강점기에 위치를 명확하게 지도에 표시한 고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소는 조사에서 '중방'(中方) 글자가 있는 벽돌도 수습했다. 무령왕릉에서 남쪽으로 80m 떨어진 지점에서 나온 이 벽돌은 방(方) 자 부분이 조금 깨졌다.

아치형 구조인 무령왕릉은 벽돌 7천927점을 사용해 축조했는데, 그중 '중방'명 벽돌은 30점에 불과하다. '중방'명 벽돌은 짧은 벽돌과 긴 벽돌로 나뉘며, 이번에 찾은 벽돌은 긴 벽돌이다. 이 같은 벽돌은 창문 모양을 장식한 8점밖에 없다.

이 연구관은 "'중방'명 벽돌을 발견한 곳은 일제강점기에 보고된 벽돌무덤인 17호분 추정 위치와 약 70m 거리에 있다"며 "주변에 또 다른 벽돌무덤이 존재할 수도 있고, 파괴된 무덤 흔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세계유산인 송산리고분군 중장기 학술조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했으며, 사적 범위 30만8천㎡ 중 벌목이 가능한 12만5천㎡를 대상으로 했다.

이 연구관은 "백제는 신라나 가야와 달리 지하에 매장시설을 두고 봉분을 크지 않게 조성해 지표면에서 고분을 찾기 쉽지 않다"며 "연내에 문화재청과 공주시가 송산리고분군 일대에서 항공 라이다측량과 지하 물리탐사를 하면 내년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발굴조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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