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 문화가 우수하다고 주장할 텐데, 우리나라가 진정 문화대국인 증거가 있다.

수많은 증거 중 첫째는 우리가 한글이라는 고유문자와 자국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66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21세기 내에 거의 모든 언어가 소멸하고, 최종적으로 9개 문자와 언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그 중 한글과 한국어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놀랄만하다.

이 크지 않는 나라인 대한민국에는 인류문화유산이 즐비하다.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뇌력과 원료, 수단 등 3대 요소가 잘 갖춰져야 한다. 뇌력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높은 인력이 있는가 이고, 원료는 문화 콘텐츠와 문화 인프라가 풍부한가의 문제다.

수단은 문화생활설비 즉, 문화기술(CT)의 보유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미디어 역량과 콘텐츠 가공능력과 관계가 깊다. 2004년 영국 얼스터대학 리차드린 교수팀과 핀란드 헬싱키대학 타투반하넨 연구소가 각 나라 지능지수를 공동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연구 결과 한국 국민 지능지수는 세계 185개국 가운데 1위로 나타났고, 이 지능지수가 창의성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원료 즉, 문화 콘텐츠의 방대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이 모두 문화강국이었다.

수단으로 분류되는 문화기술(CT)은 2002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국가전략 6대 분야를 정했다.

IT와 BT, NT(나노), ET(환경), ST(우주)와 함께 CT를 설정하고 미래유망 신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손정의 대표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전 세계 관심에 우뚝 서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뇌력과 원료의 수단을 갖춘 트라이포드를 이뤄 긴밀히 상호작용할 때 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중·일 3개국의 빠른 성장은 공통적으로 충성심과 집단주의, 물질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진단돼 왔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의 고속성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충성심은 민족주의를 넘어 국수주의로, 집단주의는 ‘우리가 남이가?’식 패거리 주의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종친회가 대통령 될 법한 정치가를 불러 제례의 초헌관(初獻官)을 시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초헌관은 나라의 제사 때에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일을 맡아 하는 임시 벼슬을 이르던 말이다.

초헌관은 종중의 장손이 하는 것이 옳거늘, 법도에도 맞지 않는 패거리주의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목격할 수 있다.

물질주의는 한·중·일 공히 매우 강하고, 이승의 부귀영화를 추구하기로는 중국이 으뜸이다.

한국과 일본도 재복기원의 문화는 뿌리가 깊다. 수년전 새해인사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퍼졌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그런 새해인사를 금지한 기억이 있다. 새해 새 아침에 축복해주는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즉물적인 사회문화 속에서는 창의성이 개입 될 수 없다.

오늘의 한국인은 상품을 살 때도, 공간이나 기회를 선택할 때도 소위 ‘가성비(價性比·cost-effectiveness)’라는 것이 유일한 기준이다.

가성비는 소비자 혹은 고객이 지불한 가격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 성능이 소비자나 고객에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단어다.

인생의 소비도 가성비를 좇아가는 듯하다. 가성비가 절대 기준인 한, 창의성이나 상상력은 배척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 곳에는 실패도 용인되지 않고, 영성(靈性)도 고갈되고, 오직 물질만이 기준이 된다.

우리사회의 물질주의가 몰고 온 성공의 기준이 있다. 일류대 진학과 안정적 보수를 받는 대기업 취직, 특정지역의 고급 아파트나 빌라에 살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된다.

무려 23가지나 된다는 성공의 기준은 모두 공급량이 정해져 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사투를 벌려야하는 비극적인 제로섬 게임이 사회문화의 공동체 해체와 조직의 분열을 가져왔다.

사회 가치관의 전환 없이는 3만 불 시대에 진입에도 국민행복과 문화는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교육을 중심에 두고 나라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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