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장애아에 대한 가슴 아픈 뉴스를 접했다. 뉴스를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7살 때는 어린이집과 사찰에 양육비를 주고 각각 1년가량 방치했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 데려와서는 10살 때는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선교사에게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라고 속인 뒤 "먹고 살기 어려워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를 주고 맡겼다고 한다. 더구나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고,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았으며, 국내에 들어오자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아이는 필리핀에 홀로 버려진 사이 정신장애가 악화하고 한쪽 눈까지 실명했다는데 부모는 그동안 해외여행도 다니며 즐거운 생활을 한 모양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화가 나는데 부모와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한 선교사가 결국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려 천신만고 끝에 부모를 찾았더니 부부가 하는 말이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을 보낸 것" 이라며 "아이를 버리지 않았고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는 기사를 보며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우는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이 보면 치가 떨리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장애를 가진 자식은 버려야 그 부모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가.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 일거수일투족이 다 고난의 연속이다. 어릴 적 돌봄과 보호 및 양육과 교육은 물론 성장해서는 취업과 일상생활 모든 것이 장애인을 키우기에는 부족하고 부적합한 것이 우리현실이다. 이처럼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래도 장애아부모들은 처음에는 희망을 갖고 기대하며 도전을 해서 성과를 맛보기도 하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장애아부모 자조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장애인관련기관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숨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유대가 강화되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부모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지치고 무기력해져서 방전되거나 포기하게 되는 부모도 있다. 그래도 이것이 내게 맡겨진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묵묵히 걸어가거나 자신의 십자가를 승화시켜 극복하기도 하고 때론 세상을 탓하며 사는 것이 장애아부모의 삶이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뉴스에 난 부모들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했다. 장애아들을 방임 또는 유기하려고 결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천륜을 버리고 인륜을 파괴해서 부모는 과연 행복할 수 있었을까.

현재 아이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한다. 15살이 된 아이는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 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라고 한다. 부모를 버리는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그동안 정서적인 학대를 통해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게 각인되었으면 자기를 낳아준 부모와 인연을 끊을 생각을 할까. 학대의 심각한 후유증이다.

이번 사건은 장애를 가진 아동의 학대문제이다. 또한 장애인학대와 아동학대가 겹쳐지는 영역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렇게 중복적인 학대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방안이 부족하다. 장애노인학대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쪽 부서와 저쪽 부서에 걸쳐있다 보니 어느 부서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제라도 정부차원에서 법적·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담당기관을 신설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 더 이상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사회기관 및 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장애아의 학대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학대예방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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