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다음 달에나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인하가 이루어졌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4월 2.5%로 제시했던 것을 이번에 2.2%로 0.3%포인트 내렸다. 비교적 큰 조정 폭이다. 금리의 전격 인하나 성장률 전망치 대폭 하향조정은 한은이 경기 움직임에 적극,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어서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경제 상황에 대응한다. 여러 거시지표를 분석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하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된다. 두 달 전인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이 1명, 앞으로 금리 인하 의견제시를 하겠다고 예고한 위원이 1명이었다. 나머지 5명은 동결이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동결의견이 1명뿐이고, 다른 위원들은 인하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두 달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은 그동안 나온 여러 지표가 빠른 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이 -0.4%로 나와 충격을 주었을 때만 해도 2분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출이 6월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7월에도 10일까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투자 지표도 부진이 심했다. 한은은 이를 반영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당초 0.4%에서 -5.5%로 대폭 낮췄다. 상품 수출도 2.7% 증가이던 것을 0.6% 증가로 낮춰잡았고 수입은 1.6% 증가에서 0.5% 감소로 조정했다. 정보기술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경기 부진의 요인으로 꼽히고, 특히 최근 터져 나온 일본의 수출규제는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먼저 예상되는 부작용은 물가 상승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돈 가치가 떨어지며, 이는 실물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때 대표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부동산 시장이다. 최근 서울 일각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 정부에서 주시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환율, 국가 간 자본흐름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금리를 조정할 때 이런 제반 요소들을 모두 고려한다. '전격'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 것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루는 것보다 빨리 금리를 내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경제가 안 좋을 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단독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기의 파고가 높을수록 정책의 일관된 방향과 신속한 집행이 필요해진다. 그동안 한은이 이렇게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상황을 안 좋게 보았다는 뜻이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한은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정부가 공을 넘겨받아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다. 아울러 이를 신호탄으로 기업과 정치권, 나아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경기회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짜내야 한다. 우리가 넘어야 할 파도는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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