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람 <청주시정보통신과 주무관>

최아람 <청주시정보통신과 주무관>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엄마가 되었다

최아람 <청주시정보통신과 주무관>



“저 아이 생겼어요.”라는 말에 축하한다는 말 다음으로 많이들은 말은 “이제 고생길 시작이구나!”였다. 어쩌면 가장 많이들은 말일 수도 있다.

결혼 2년 만이라 많이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기다렸던 나조차도 기쁜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심란한 마음이 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라는 사실이 묵직하게 느껴졌고 그 마음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생겼다는 기쁨은 정말 잠시뿐이었고,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컨디션 난조로 만사가 귀찮고 이유 없이 피곤함을 느꼈다.

다행히 다른 임산부들처럼 입덧이 심하지 않았다. 입덧이 없어 편할 줄 알았지만 대신 결혼 전부터 나를 계속 괴롭혔던 두통이 심해지고 불면증이 찾아왔다. 임신 전이라면 두통이 올 때마다 참지 않고 진통제를 먹었을 텐데 아이를 갖고 나니 약 한 알도 내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심하게 아플 때 진통제 한 알 정도는 괜찮다고 했지만,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혹시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약 한 알 먹는 것조차도 망설여졌고 고통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임신 초기에 감기에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약 한 번 먹고, 주사 한 대만 맞으면 금방 좋아질 것 같은 흔한 감기인데도 힘든 시간을 온전히 내 몸 하나로 버텨야만 했다. 임신 후 겪게 되는 신체 변화도 달갑지 않았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고작 몇 ㎝도 안 되는 작은 생명체가 뱃속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인데 나에게 찾아온 변화는 너무도 컸고 버거웠다.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는 이기적이게도 뱃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하기보다는 내 컨디션에만 온 신경을 쏟으면서 몇 달이나 지내왔다.

얼마 전이었다. 그날도 역시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져 퇴근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이 들지도 깨지도 않은 상태로 한참을 누워있었다. 짜증이 났다. 피곤한데 잠도 오지 않고 두통으로 머리까지 지끈 지끈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배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첫 태동이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이렇게 나만 생각하면서 몇 달을 지낸 사이 아이는 뱃속에서 성장하고 있었고, 괴로워하던 내게 ‘엄마! 나는 잘 있어요’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날에서야 비로소 내가 정말로 엄마가 됐음을 실감했던 것 같다.

선배 엄마(?)들이 종종 얘기한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줄 알라고. 아이가 뱃속에서 나오면 그때부터 정말 전쟁이라고. 사무실에서 어린 자녀를 둔 선배 엄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그런 설명 없이도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어떤 건지 느껴졌다. 늘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출근하듯 퇴근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선배들의 모습은 가끔 내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망설임을 줄 때도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주는 기쁨이 그보다 더 크고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 수 있었기에 두려움과 걱정스러운 마음은 크지만 앞으로 아이와 함께 같이 만들어갈 시간들이 많이 기다려진다.

모두가 그렇듯 연습 없이 부모가 된다. 우리 부부 또한 그렇기에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첫 태동을 느낀 그날의 기쁨을 기억하면서 노력할 것이다.

쑥쑥아! 엄마‧아빠가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리 같이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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