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 관장

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 관장

(동양일보) 작가의 만남은 빳빳한 신간도서가 도서관에 도착한 것처럼 언제나 새롭고 반갑다.

먼저 살아봤던 사람과 앞으로 살아갈 사람이 만나고 그런 세대 간의 자유롭고 편안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는 나를 성장시켜 줄 누군가와 나누는 지적 소통의 장이다.

며칠 전 다음웹툰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야옹이와 흰둥이> 윤필 작가와 한계레 민들레코너를 맡아 연재하고 있는 <아재라서> 김수박 작가는 도서관이 좋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달려와 줘서 고마웠다.

글과 그림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어 하는 깨어있는 웹툰 작가들이다.

온전한 하루를 기꺼이 내주어 오전 오후로 나누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아이들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저자의 만남은 책에 대한 이해도를 한껏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작가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도 하여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두 작가 모두 불투명하고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암울한 미래로 인해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내면과 조그만 재능들을 아주 늦게 발견, 웹툰 작가의 길을 남보다 훨씬 뒤에야 시작한 늦깎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출발점이 한참 늦었다는 작가의 말에 아이들이 당면한 적성과 진로설정의 어려움에 대한 동병상련의 공감을 자극했나 보다. 세상살이에 정답은 없습니다만~, 정답을 찾으려 수백 번의 담금질과 숱한 다짐과 한결같은 연습들 속에서는 질문들이 많아졌다.

대다수가 반대하고 순탄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당당하고 일관되게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아이들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작가 내공세계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지혜의 선물 보따리를 하나씩 열어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도서관에서 마련한 독서사업이었는데, 평소 아이들이 궁금해 하고 나름 진지한 의심들이 빼곡히 적힌 형형색깔의 질문 포스트잇이 열리는 그 순간,

아이들이 내뿜는 레이저 광선의 범상치 않은 시선에서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에 자극과 탄력을 받은 아이들의 신경세포가 자유롭게 뻗어 뇌 속 네트워크가 활발히 피어나고 있었던 중임을 말이다.

작가 사인회가 마무리되고 세심한 배려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던 담당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돌아가는 길에 한 아이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를 다음번에 만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하는 것 중 불가능한 것이 무엇이 있겠냐고?!

호언장담으로 약속을 했으니 해당 작가를 감응시켜 시골 작은 마을에 내려오게 해야 하는 특단의 조치를 발휘해야 한다 .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말과 삶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게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도서관이 좋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웃처럼 늘 곁에 있어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익숙하고 친근함으로 다가가는 도서관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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