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 청주시투자유치과 주무관

조용미 <청주시투자유치과 주무관>

(동양일보)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해야 맞을까. 힘든 일상 속에서 나를 잡아주는 동아줄 같은 존재가 바로 책이다. 2016년, 나는 꽤나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번아웃 증후군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때 나를 고통 속에서 꺼내준 것이 바로 책이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무심결에 찾아간 상당도서관에서 나는 구원을 찾았다. 그 이후로 점심시간엔 늘 도서관을 찾았고 도서관은 나의 친구가 돼줬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설렜던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책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줬고, 때로는 시인, 때로는 심리학자, 때로는 경제학자의 모습으로 세상의 이치를 전해줬다.

책을 읽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이 변했다. 자기 책도 빌려다 달라 했다. 아이들의 책도 빌려다 줬더니 옆에 와서 같이 읽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그 시간이 얼마나 평온하고 행복한지, 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 바로 여기 있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빌려 온 책을 다 읽은 아이들이 이제 자기 책은 자기들이 책을 골라야겠다고 했다. 주말에 도서관에 데리고 갔더니 ‘책 먹는 여우’가 됐다.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준 일 중에 책 읽는 기쁨을 알게 해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주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구연동화 선생님이 책도 읽어주고 만들기도 같이 해준다고 했다. 신나게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 가족은 상당도서관을 벗어나 기적의 도서관, 시립도서관, 청원도서관 등 주말마다 도서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작가의 강연을 듣고, 별자리를 보고, 실생활에서 펼쳐지는 과학 원리를 터득했다.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외고 학생들에게서 중국어도 배웠다. 머리로, 눈으로, 손으로 하는 다채로운 경험들이 쌓이며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이 성장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달에 한 번 전집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해당 날짜에 신청을 하면 전집을 한 달간 집에서 마음껏 볼 수 있다. 인문, 역사, 과학, 경제 등 전집 종류도 다양하다.

도서관 이용 꿀팁을 하나 더 안내하자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다른 사람이 대출했을 때 도서관 홈페이지나 도서관 어플에서 도서 예약을 하면 대출 가능한 때 문자가 온다. 한 달에 두 권씩 내가 희망하는 책을 구입도 해준다. 상호대차 서비스라고 해 청주시내 다른 도서관의 책을 내가 희망하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고, 빌린 책 반납도 다른 도서관에서 할 수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도서관 활용 방법을 자주 알려주는 편인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청주에서 열린다고 도서관에서는 준비가 한창이다. 시민체험단을 꾸려서 시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마련한다고 했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크고,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는 도서관에 주말 나들이를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는 시드니 스미스의 명언을 직접 체험해보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분명 그곳에서는 최고의 친구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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