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도발’로 촉발된 한일 갈등 덕분에 슬그머니 물밑으로 가라앉은 이슈가 하나 있다.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미국행을 택하며 달아났던 가수 유승준씨 이야기다.

얼마전 대법원은 그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병역기피 논란으로 17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 유씨는 이번 판결로 앞으로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유씨 입국 반대 여론이 여전히 만만치 않고 국민청원을 통한 분노도 거세다.

대법원은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버린 자라도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38세가 되면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 관계 등 국가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한다는 재외동포법을 적용했다.

즉 병역기피 죄를 지었더라도 기준 나이를 넘어서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다시 재판하게 된 서울고법이 새로운 논거를 달아 재차 비자 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릴수는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항소심 법원이나 영사관 등이 대법원판결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군대 가겠다는 발언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미국 국적을 선택해 국민을 우롱한 연예인에게 왜 이런 판결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노가 첫째다.

반면에 지은 죄에 비해 오랜 기간 권리가 제한됐으므로 이제 풀어주는 것이 맞는다며 '용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어찌됐건 유씨가 국내에 들어올수 있는 길은 열림셈이지만 국민들이 유씨를 따뜻하게 맞아줄지는 의문이다.

유씨가 입국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연예 활동을 통해 국내에서 돈을 벌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판결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은 유씨 활동에 호응하지 않음으로써 유씨가 과오를 뉘우치게 하면 된다.

특히 혹시라도 이번 판결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젊은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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