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동양일보) 지난 6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실태분석”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1명은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층 가운데 20대의 SNS 이용률이 82.3%로 가장 높았고, 30대 73.3%, 40내 55.9%, 10대 53.8% 등 순이었다. SNS는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단순히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사업모델까지 활용방안도 다양하다.

초창기에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지인과 공유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데 SNS를 활용하였다면, 최근에는 사업모델로 SNS의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 스타가 된 데에는 유튜브의 역할이 컸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6세 유튜버 보람양이 ‘보람튜브 토이리뷰’를 통해 매달 수 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모두 SNS를 잘 활용한 덕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정치인일 것이다. 정치인이 SNS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류 언론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정치인 개인이 언론의 선별 과정 없이 자신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활용하는 매체는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유튜브’가 대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TV'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가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최근 몇 주는 전통적 SNS 매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주목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정점은 아마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역사적 만남이 현실화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지난 며칠은 조국 민정수석의 SNS 정치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일제징용 대법원판결을 부정하면 친일파”라는 글을 두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입장과 ‘오죽하면 저럴까’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SNS를 활용한 정치는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일반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직접 민주주의에 근접한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대중지성의 시대』를 쓴 천정환 교수는 모든 사람이 지식의 소비자이자 창조자로 등장하게 되면서 지식인의 수직적 계몽에서 벗어나 대중이 수평적으로 지식을 창출하고 향유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권위를 가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믿을 만한 권위가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성공회대 백지운 교수는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SNS 활용 영역은 확장되었지만 ‘지성의 대중화’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과 계층 간 차이가 확대되는 ‘사이버발칸화(cyberbalkanization)’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정치적·문화적·경제적 관점과 입장이 비슷한 사람과 공동체를 형성할 뿐 자기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보다 상대를 적대하는 소국들로 분열되는 ‘발칸화’의 위험을 더 많이 낳았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은 상대방 주장에 대해 귀를 열고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을 때는 건전하다. 하지만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는 순간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해악이 된다. 자신의 지지자를 향한 일방적 메시지 전달만 있을 뿐 타협을 위한 노력을 부족한 것이 아닐까 반문해볼 일이다.

믿을 만한 권위가 사라진 사회에서 해답을 찾는 방법은 이해관계자 간의 끝없는 소통과 타협뿐이다. 특히 정치에서는 자신이 믿는 정의와 도덕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우열의 개념으로 서열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허약한 존재라는 것,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조차 틀릴 수 있다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자신을 겸허한 마음으로 뒤돌아보고 소통한다면 못 이겨낼 사회적 갈등은 없다. 사이버 공간이 ‘지성의 대중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