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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반려동물
풍향계/ 반려동물
  • 동양일보
  • 승인 2019.07.25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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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회사 1층에 동물병원이 있다. 병원에는 원장이 기르는 잿빛 고양이와 점박이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데 길을 지나가던 아이들이 고양이를 보려고 유리창에 얼굴을 들이대면, 게으름을 떨던 녀석들은 거만하게 포즈를 취하곤 슬그머니 바깥사람들을 구경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고양이가 마주 보고 있으면 누가 누구를 관찰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사람과 동물들이 참 많이 가까워졌다.

1만년 전부터 반려견 역사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지만, 과거엔 종교나 철학자들이 동물을 ‘영혼없는 기계’처럼 취급했던 시대도 있었다. 중세말엽 교황직을 맡았던 파이어스2세는 “동물이 우는 것에 대해서 인간이 동정할 필요가 없다. 뜨거운 쇠를 해머로 내리쳤을 때 나는 소리, 밀을 탈곡기에 넣고 돌렸을 때 나는 소리에 동정할 필요가 없듯이”라고 했고,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는 “세상에는 물질과 영혼이 존재하는데 사유하고 의심할 줄 아는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 동물은 영혼이 없고 기쁨이나 슬픔은 물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다”라고 했다. 데카르트 후계자들은 동물이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와 같은 존재라고 믿고, 무감각하게 개를 때리거나 산채로 해부하는 등 학대를 하면서도 동물의 고통을 부정했다.

이후 철학자 야콥 뵈메가 새로운 동물론을 주장하며 “동물도 인간처럼 외부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고,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하고, 영국의 의사 존 불워 등이 “동물도 언어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이 해독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의 차이는 아니라고 하는 등 동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면서 반려동물은 점차 사람 곁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동물병원은 아침부터 붐빈다.

출근시간 전부터 강아지를 안고 달려오는 사람, 아픈 강아지 한 마리에 온가족이 몰려오는 집, 울면서 오는 사람. 그들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들이 당당한 가족으로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집계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6617마리로, 전년보다 약 40%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등록된 반려견을 포함한 누적 등록 반려견 수는 총 130만4077마리. 동물보호법 상 등록이 의무화 돼 있지 않은 고양이 등을 포함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점은 반려동물 숫자가 이렇게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매년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동물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에만 무려 12만1000마리의 동물이 길에서 구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된 동물은 개가 75.8%, 고양이가 23.2%로 구조된 동물 중 13%만 주인을 찾아 돌아가고, 27%는 다시 분양돼 새 주인을 만나 떠났지만, 60%에 해당하는 나머지 동물들은 보호소에서 자연사,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등록제는 동물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2008년 시범 도입된 후 매년 신규 등록 마릿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동물미용업, 동물판매업, 동물위탁관리업, 동물생산업 등 8개 업종이 총 1만 3491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양적 증가에 따른 순기능 외에 동물학대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한 해에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592건 정도가 기소 송치될 정도로 동물학대가 비일비재하다. 동물학대는 반려동물을 마치 소유한 물건처럼 여기기 때문에 발생한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도 포악해지거나 성격이 폭력적으로 바뀐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서 그 점도 걱정이다. 주인과 함께하는 반려동물,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들도 생명이 있고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다. 이들의 복지를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반려인의 자격이 없다.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는 가족 같은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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