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준 청주시도시재생기획단 주무관

반영준 청주시도시재생기획단 주무관

(동양일보)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해마다 그 해의 동물을 이용한 핵심 키워드를 정하고 그 글자의 첫 스펠링을 따서 사회적 소비 트렌드를 소개하는 ‘트렌드 코리아’를 펴내고 있다. 열두 띠 동물을 모두 돌았다고 하니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이다. 매년 책을 사보며 그 해의 트렌드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돼지의 해인 올해의 핵심 키워드는 돼지꿈을 뜻하는 ‘PIGGY DREAM’.

‘PIGGY DREAM’의 영어 스펠링을 따서 올해 트렌드를 전망하는데 1. Play the Concept : 콘셉트를 연출하라, 2. Invite to the ‘Cell Market' : 세포 마켓, 3. Going New-to: 요즘 옛날, 뉴트로, 4. Green Survival: 필 환경 시대, 5. You Are My Proxy Emotion : 감정 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 6. Data Intelligence : 데이터 인텔리전스, 7. Rebirth of Space :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8. Emerging‘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가족, 9. As Being Myself :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10. Manners Maketh the Consumer : 매너 소비자 등 10가지이다.

지난해에 이어 개인주의가 더욱 중요시되고, 또 개인들이 소비를 넘어 생산자의 위치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자유로워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고, 과거를 표방한 소비 트렌드가 성행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보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품을 소비할 때 환경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는 필 환경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했다. ‘감정 대리인 내 감정을 부탁해’ 편에서는 남의 감정 표현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내 경험이 떠오르며 발설되지 못하는 감정들을 가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안쓰러웠다.

특히 공감이 많이 갔던 내용은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편이었다. 영화 ‘라라랜드’를 패러디 한 ‘나나랜드’는 남의 시선, 사회의 기준보다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고, 나의 기준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 이들이 사는 세상이다. 이들은 지금 이대로의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스펙을 얻기 위해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나랜더’는 질문한다. “왜 굳이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 건데?” 가장 중요한 존재인 내가 빠져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나나랜더’들은 알게 된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 ‘나나랜드’ 트렌드에서 뭔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아. 나도 나만의 ‘나나랜드’를 찾아 나서 볼까.

시간도 사람도 결코 멈춰 있지 않다. 흘러가는 흐름 속에 몸을 맞추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주변의 현상들을 이해하고 사유가 깊어진다면 내가 가야 할 앞길을 더욱 알차게, 행복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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