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최근 공교육 정상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주 상산고가 '원조 자사고'로 불리는 민족사관고, 하나고와 함께 앞으로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전북교육청이 내린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으로 자사고 존폐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찬반 대립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공교육 혁신을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단계적 고교체제개편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3단계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1단계(2017~2019년)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의 신입생 동시 선발 및 중복지원 금지 △2단계(2018~2020년) 운영평가의 기준점수를 밑도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3단계(2020년 이후) 고교체제개편이다.

그러나 고입제도를 개선하려는 1단계부터 삐걱거리며 현행 로드맵은 단계마다 암초를 만났다.

우선 헌법재판소가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자사고의 우수 학생 선점을 막아보려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2단계에서도 교육부가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허용하면서 일반고 전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개편 논의 주체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로드맵 마지막 3단계인 고교체제개편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부동의 결정 이유에 대해 "전북교육청이 평가지표에서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했다"고 밝혔지만 교육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보다 정치권과 지역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산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자사고 폐지'는 이행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고교 교육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교육부는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자사고라는 학교 형태의 존속 여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마다 이뤄지므로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고교는 2024년까지, 내년에 평가를 통과한 학교는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따라서 대학 입시 제도 자체를 2025학년도에 맞춰 고쳐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고교체제개편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열과 다양한 교육수요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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