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영동교육청 장학사

(동양일보) 최근에 여러 일들을 통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 다. 책을 함께 읽는 지인들이 누군가가 쓴 글을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후배 선생님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모임을 만들었고, 서로 편한 사이라 구성원이 되었다. 그리고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을 추천 받았다. 읽다보니 글쓰기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철학자와 작가의 말도 신기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만 매우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글쓰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까? 그것은 아마도 글짓기 대회, 논술 시험 등 한정된 시간 내에 일정한 소재로만 쓰는 경험을 주로 해 왔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만히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 글은 특별한 시점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때만 쓰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어떤 형식을 배우고 그것에 맞추어 쓰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조심스럽고 어려웠던 것이다.

‘영 아닌 소재는 없고 내용만 진실되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이라고 한 우디 앨런의 말처럼 좀 더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한편으로 글쓰기는 어려운 작업인 것은 맞지만 여러 매력을 가지고 있다. 뭔가 위로해 주고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글쓰기는 자신을 정면으로 대면하게 해 주고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바빠서 자주 참여하지 못하지만 모임에서 어떤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고 가치관을 드러내고 그러면서 방향을 잡아가게 된다. 물론 소통의 방법 중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말하기도 있지만, 가지런히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고 좀 더 솔직해 지는 것은 글쓰기가 아닐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느낌을 표현하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을 너무 정형화된 방식으로 어렵게 가르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자신만의 빛깔(문체)이 담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정리하고 다양한 문학 작품에 대한 느낌도 적어보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마련했다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독서는 충만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쓰기는 정직한 사람을 만든다” 라고 했는데 정말 글쓰기는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면서 쓰는 일기, 여행 일정을 정리하는 메모, 사람과 대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표현한 글, 그리고 사회 현상에 대해 논하는 논리적인 글 등을 간략하게 써보면 어떨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 위해 생각을 가다듬고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자신뿐 아니라 세상과 좀 더 폭넓게 교류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부끄럽고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 유명한 작가만이 쓰는 것이 글쓰기가 아니라는 것을. 내 삶을 기록하는 작가가 ‘나’임을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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