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고희(古稀)를 얼마 앞둔 60대가 늦깎이 공부를 한 끝에 3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데다 안정적인 취업 약속도 받아내는 등 제 2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열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조재성(66·사진·충북 증평)씨.

대전 출신인 조씨는 대전상고를 나와 정유사에 취업했다. 한때는 쌍용정유 대리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IMF를 겪으면서 사업도 기울기 시작했고, 인생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이후 증평군에 주유소를 열어 큰돈을 벌었지만, 아파트 층간 소음 제거 방지 특허를 가진 사람에게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두 번째 실패를 한 것이다.

삶의 의욕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자녀들의 권유로 한국산업연수원 국가지원 기술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평생 정유계통 일만 했을 뿐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나이도 많은데 이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지난해 10월 한국산업연수원충북직업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실업자 대상인 신재생에너지 전기설비운영과에 입학했다.

교육과정은 1400시간. 무려 10개월을 빠지지 않고 다녀야 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젊은 사람들 속에서 컴퓨터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할까 고민해보던 찰나에 연수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해볼 의향만 있다면 학교로 오라는 것이었죠.”

입학을 하고 첫 2~3개월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의욕과 자신감도 점차 잃었고, 수업내용도 따라가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은순 학장과 상담을 하게 됐고, 조씨는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백세시대에 60~77세는 일 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한창 나이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의욕이 생기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한번 해 보자’하는 용기가 솟아올랐고, 젊은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생겼지요.”

이때부터 교수들의 개인 지도도 받았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끈질기게 물었다. 결국 조씨는 66세에 전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기능사 등 3개의 국가자격증을 거머쥐었다. 지난 7월 1일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난 뒤에는 긴장이 풀리면서 '대상포진'을 앓기도 했다.

담임을 맡았던 권상우 교수는 “연세도 많고 해내실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며 “공부에 대한 의욕이 강했고 같은 반 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될 만큼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고 가르치는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인생 2모작’을 활짝 열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권상우 교수님과 전기과학과장이신 김태수 교수님을 비롯한 한국산업연수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증평의 애듀팜 관리업체인 블랙스톤에 취업할 꿈에 부풀어 있다. 임재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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