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유다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나에게는 참새 방앗간 같은 사이트가 있다. 그곳에서는 작가 지망생들, 작가로 등단해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들, 그냥 글을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사이트이다. 누군가의 일상 얘기이거나 책을 리뷰하고, 세상에 본인들이 겪었던 모든 일들을 써 내려가는 등 수많은 짧은 에세이들이 모인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뭔가 무거운 주제의 책을 읽기 꺼려지는 날, 그런 날에 자주 들어간다.

일요일 주말 저녁, 그러다 난 한 권의 책 리뷰를 보고 꽂혀(?) 전자책을 주문했다. 리뷰에 홀려 당장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전자책을 샀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다시 종이책을 주문했다.

그 책은 바로 ‘2019년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다. 한국 소설만 모아놓은 책, 게다가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책. 내가 가장 꺼려하는 종류의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지난 작품집들도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참으로 다양한 소재, 구성, 문체,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 작가의 단편집보다 더 흥미롭다. 작가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하는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나의 취향에 맞는 작가, 문체 장르를 알아보는 것에도 꽤 도움이 됐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박상영 작가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다. 제목만 봐선 우럭 한 점으로 우주의 맛을 느낀다는 걸까, 무언가 철학적인 내용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나 실패한 연애소설‧좌절한 투병 소설‧퀴어 소설, 이렇게 세 가지의 내용이 혼재돼 있는 소설이었다. 묵직한 내용이었지만 가독성도 좋았고, 읽는 내내 작가의 위트 넘치는 글을 읽으면서 웃기도 했다. 꽁치 말고 당신이라는 우주를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은 주인공 영. 과연 이런 고백을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너무 생생해서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작품집을 읽다 보니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다. 바로 이어지는 작가 노트와 그 소설에 대한 해설이 바로 그 재미다. 보통 단편을 읽을 때 내가 어려움을 느꼈던 점들을 바로 해결해줘서 좋았다. 개인의 해석을 방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좀 더 단편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부분을 읽는 것을 좀 미룰 것 같긴 하다.

작품집에 대한, 한국 소설에 대한, 단편에 대한 재미를 붙일 수 있게 했던 책이다. 나처럼 한국 소설에 재미를 아직 못 붙인 사람이 있다면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추천한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작품집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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