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아 충북도4-H연합회 여부회장

최선아 충북도4-H연합회 여부회장

(동양일보) 25살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로 그 나이에 농업을 내 평생의 직업으로 삼았을까? 내 머릿속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짐을 쌌다가 풀었다 반복의 연속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변화 없는 농업정책 비중, 불공정한 유통구조, 매년 심해지는 자연재해 등 한 치 앞의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에서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청년 농업인’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청년농업인 지원정책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관심들을 보이더니 방송 예능프로그램들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내가 농업을 시작했던 10여 년 전, 청년 농업인은 무척이나 생소한 단어였고,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청년 농업인은 농업의 희망이며, 미래이며, 중요한 미래 인적자원이라 한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겪은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옆에서 또 밖에서 보는 우리는 정말 선구자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농업인으로서 행복한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왜 농업을 선택했나? 지금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희망이 있는가? 청년 농업인이 과연 농업의 미래인가? 라는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내린 해답은 늘‘그럼에도 불구하고’농업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달리 비록 내 하루하루가 고되고, 어렵고, 힘들어도 끝내 견뎌내고 살아가는 기특한 내 삶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내 목적의 충족함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행복함으로 나는 농업을 내 평생의 업으로 선택하게 됐고 농업의 길로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농업정책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는가? 유통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등 농업의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청년 농업인인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또 얘기하고,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보천리(牛步千里)’한 발짝 한 발짝 느려도 쉬지 않는 걸음이 천리를 가듯 각자의 소신으로 함께 걸어가다 보면 정상에서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도종환 시인의‘흔들리며 피는 꽃’싯귀 중 한 구절이 생각난다.

지금 어렵고 힘들어도 누구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라 위안 삼으며 묵묵히 걸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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