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9-09-16 16:43 (월)
동양칼럼/내가 세번째 강제 이주자라면
동양칼럼/내가 세번째 강제 이주자라면
  • 김영이
  • 승인 2019.07.30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고향이다. 옛날엔 이동수단이 좋지 않아 한번 태어나면 줄곧 살아온 곳이었지만 지금은 태어난 곳이라 해서 고향이라 할 수 없다. 교통 발달로 태어난 곳 따로, 자란 곳 따로가 대부분이어서 뭉뚱그려 아버지 고향, 나아가 선대 고향을 자신의 고향으로 말하곤 한다.

타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나면 비록 얼굴은 몰라도 무조건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한국인이다. 고향사람과 고향의 결합은 향우회, 동창회, 군민회 같은 조직을 낳게 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 취업·사업을 위해 자의로 고향을 떠났다면 출향민이요, 고향에 살고 싶어도 타의에 의해 하는 수없이 등진다면 실향민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실향민은 6.25 전쟁으로 북한에서 내려와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그 이전 일제 침략으로 러시아 등 해외로 이주해 아직도 먼 나라에서 고향(고국)을 그리며 살아가는 동포도 많다.

물을 떠난 고기가 물을 그리워하듯 사람에게 고향은 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고향을 잃는다면 그것처럼 끔찍한 것은 없다. 일제 침략으로 인한 해외 이주, 6.25로 인한 남한 정착 실향민은 말할 것도 없고 댐 건설 수몰, 각종 개발로 타의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북녘 땅은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어도 산천이 의구하니 통일이 되면 갈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고향이 수장돼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수몰민의 비통함과 안타까움은 이루 헤아리기 쉽지 않다.

그런데 단 한번의 이주로 고향을 떠나는 것도 모자라 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강제이주해야 사람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런 전대미문은 실재(實在)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마을이 당사자다.

이 마을 32가구 주민들은 충북도와 청주시가 추진하는 청주에어로폴리스2지구(32만1000㎡) 즉, MRO(항공정비사업) 예정지에 포함돼 이주대상이다.

이들 주민의 비애와 고통은 1976년부터 시작됐다. 공군 17전투비행단이 인근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1차 이주했고 15년 후인 1991년 청주국제공항이 건설되면서 두번째 이주해야 했다.

전투기 소음을 참고 살아왔던 이들에게 세 번째 강제이주카드가 날아들어 또 쫓겨나야 할 판이다.

“한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강제이주해야 하는 경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큰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데도 법 운운하며 들어주지 않고 있다.”

주민요구 사항은 이렇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입동리 대지가격(평당 45만7000원)과 이주택지(구성리) 분양가격 동일, 대지 최소 분양면적 100평, 이주주택건축비 추가지원(20평 기준 약 3000만원), 건폐율 상향 등이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각각 5억원 총 10억원만 더 쓰면 주민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 과거 충북도와 청주시, 단양군은 오창한옥마을과 단양한드미한옥마을에 가구당 4천만원 씩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또 그동안 세금은 공업지역으로 거둬 가 놓고 보상할때는 농업지역으로 감정하겠다는 것은 ‘날강도’ 행태라 할 수 있다.

이주예정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건폐율이 20%여서 상향조정이 안되면 재산가치가 3분의2 날라가게 생겼다. 청주의 유일한 특급관광호텔인 그랜드호텔 건립을 위해 자연녹지지역을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해 건폐율을 높여 준 사례가 있다.

이주대상 주민들은 대부분 80~90대 노인들이다. 그들은 여기서 죽으나 (이사) 가서 죽으나 마찬가진데 왜 가냐. 내 집에서 죽겠다고 격앙된 상태다.

이들을 이주시키고 MRO 단지를 조성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이게 개발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충북도는 투자도 안하고 주민을 내쫓을 거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 전 충북도는 규정을 어기고 산하 기관장을 연임시켰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입동리’처럼 법과 규정을 엄격히 적용했다면 ‘기관 주의’를 받지 않았을 거다.

세번째 강제 이주 당하는 주민들은 더 이상 손해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주민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이주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한 간부공무원이 있다. 지금 상황에선 그를 ‘사기꾼’으로 만들기 딱 십상이다. 건축비 지원, 건폐율 상향, 이주택지 면적 확대 같은 것은 기관장 연임 강행처럼 이시종 지사의 결단만 있으면 충분하다.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