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는 인도네시아라는 조크가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고 면적이 일곱번째로 큰 나라인 ‘인도가 네(4)시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국가명도 유사하고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가졌으며 한국에 비해 인구도 많고 면적이 넓다는 점에서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라는 명칭 자체가 인도의 섬들에서 유래했다고 하니까 인도네시아를 인도의 속국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배경이 전혀 다른 국가이다. 인도는 남아시아에 위치하여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47년 독립하였으며 힌두교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하고 네덜란드식민지였다가 1945년 독립하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를 가지고 있다.

적도국가이자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로 국토가 넓어 한 나라에서 3개의 시간대가 존재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그곳의 새벽은 알라신에게 기도하는 소리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대개 닭우는 소리에 여명이 밝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무슬림의 나라 인니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울려나오는 기도소리에 잠이 깼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모르고 ‘누가 무슨 사연으로 새벽부터 호텔에서 저렇게 시끄럽게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이슬람에서는 해뜨기 전부터 해가 진 직후까지 5차례 기도하는 시간이 있어서그런지 저녁무렵에도 기도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곳에서는 기도시간이 되면 이슬람사원인 모스크에서 무에진이라는 성직자들이 확성기에 대고 기도를 한다고 하였다. 나에게는 낯선 풍경이었고 소음공해라고 인식될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한 종교행사였다. 이런 점에서 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정신과 가치관은 물론 태도나 관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된 선입견이나 왜곡된 판단으로 선진국문화는 고품격의 것으로 후진국문화는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한다면 이는 그 사람이 그만큼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있다는 것이다. 문화란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산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빈부격차도 극심한 인도네시아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나라였다. 삼천미터가 넘지 않으면 산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농담이 통할 정도로 높은 산들이 있고 울창한 산림으로 원시가 살아있는 인도네시아는 화산폭발과 쓰나미로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화산호수와 분화구는 관광상품이 되었고 인근지역에서는 용암에서 나온 끓는 물에 계란을 익혀 팔면서 발마사지도 해주었다. 또 화산재는 비옥한 토지를 만들어 주변에 마을을 형성하였고 풍성한 농산물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빈부격차가 존재하였다. 인구의 십프로인 이천칠백만명 정도가 상류층이라는데 이들은 한국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근로자임금이 저렴하여 이곳에 온 한국인 주부들이 보통 청소하고 밥짓는 도우미와 운전사를 두고 있다는데 상류층에 속하는 그들은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방문했던 호수가 있던 식당에는 참담한 빈곤층의 고단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땟목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호수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호수기슭 곳곳에 낡은 천으로 지붕을 삼고 나무로 기둥을 한 허름한 집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가족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처량한 모습에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노래가락마저 슬프게 들렸다. 배를 가까이 대고 저절로 한푼을 줄 수밖에 없었다. 또 어떤 가족은 호수물에 몸을 반쯤 담근채 과일이나 관상용 물고기를 팔기도 하였다. 이 나라 가난한 국민들의 애닳고 서글픈 삶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역동적인 나라였다. 물빠진 갯벌에 황발이나 능쟁이가 나오듯 출퇴근길에는 오토바이가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튀어나왔다. 도시와 농촌 곳곳을 활기차게 누비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희망차게 떠오르는 인니의 미래를 상상하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