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 소설가/ 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강준희 논설위원/ 소설가/ 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동양일보) ‘만일 악한 마음이 가득 차면 하늘이 반드시 벌을 내리리라’ 익지서(益智書·중국 송나라 때의 책이름)에 있는 말이다.

이 말을 좀 더 부연하면 ‘사람의 마음속에 악한 생각이 가득 차 있다면 이는 이미 선(善)을 좋아하는 대자연의 섭리에 반(反)하는 행위여서 하늘의 뜻을 거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천벌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는 ‘악한 일을 하여 하늘에 죄를 지으면 잘못을 빌 곳이 없다’라는 이보(尼父)의 말과 맥을 같이한다 할 수 있다.

모두가 천분(天分)과 순명(順命)을 중히 여긴 아주 귀한 말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업보와 과보가 반드시 있고 자기가 저지른 일의 과보를 자기 자신이 직접 받는 자업자득(自業自得)도 반드시 있구나 함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남의 눈에 눈물내면 자기 눈에 피눈물 난다는 옛말이 헛되지 않음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뿐만이 아니다. 좀 진부한 표현이어서 신파조 같은 대사가 될지 모르지만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싶을 만큼 묘하고 신기하다.

베푼 것만큼 돌아온다는 이치가 그렇고 뿌린 것만큼 거둬들인다는 이치가 또한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 회귀성(回歸性)과 반복성(反復性)을 신기해하고 단죄의 존엄성과 엄정성을 두려워하며, 권력 부침(浮沈)의 무상성(無常性)에 허무해 하고 있다.

보라! 저 서슬 푸른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던 신군부의 전두환 씨가 과거 자신에 반대한 많은 반체제 인사들을 개잡듯 잡아다 짐승 되듯 패고 때리고 짓밟고 고문하면서 투옥시켰던 감옥, 바로 그 감옥에 자신이 갇혀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으니 어찌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 우리는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1980년부터 88년까지 가공할 권력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 무소불능(無所不能)의 철권을 휘두르며 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던 카리스마적 군사독재 전 아무개 씨.

그러나 그는 죽지 빠진 새처럼, 아니 이빨 빠진 맹수처럼 감옥에 갇혀 탄탈로스가 되었었다.

1979년 12.12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한 혐의로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되었으니까.

노태우 전 대통령이 5000억원의 부정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불과 17일 만에 있었던 이 전대미문의 두 전직 대통력 구속 수감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미증유의 일일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어서 우리로서는 한일합방의 경술국치(庚戌國恥) 마음으로 부끄러운 국치일이다.

생각해보라.

13대 대통령이던 노태우 씨는 5000억원이라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천문학적인 돈을 부정 비자금으로 조성해 1995년 11월 16일 감옥에 갇혔고 12대 대통령이던 전두환씨는 12.12와 5.18로 정권을 찬탈했다해 감옥살이를 했으니 이런 기막힌 팔자가 어디 또 있겠는가.

전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군형법상 반란 수괴에 불법 진퇴, 지휘관 계엄지역 수소이탈에 상관 살해 및 미수 그리고 초병살해 등 무려 6개 항목이다.

이래서 전두환씨는 법적으로 볼 때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다.

여기엔 노태우씨도 12.12 쿠데타와 5.18 광주 양민 학살의 책임 문제가 뒤따름은 물론이다.

필자는 여기서 전·노 양씨와 모든 통치자에게 ‘앞날을 알고자 하거든 먼저 지난 일들을 살피라’는 말과 함께 창왕찰래(彰往察來)를 말해주고 싶다.

이는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말로 지나간 일의 득실을 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난날을 거울삼아 처세훈을 삼으라는 뜻이다.

끝으로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화(禍)와 복(福)이 있다는 경행록(景行錄)의 경구를 말해두며 비(非)는 이(理)에 지고 이는 법(法)에 지고, 법은 권(權)에 지고, 권은 하늘(天)에 진다는 저 소크라테스의 플라톤적 변명인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과 군자도 벼슬을 한다.

그러나 정도(正道)로 한다는 만고 금언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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