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발원지 위쪽 920m 지점서 32사단 박상진 원사와 군견 최초 발견
”수영선수 출신 기초체력 높고 많은 비로 수분 수시 공급이 생존에 도움“
충북대병원 “조양 건강상태 비교적 양호…이르면 다음주 퇴원 가능할 듯”
조양 어머니 “모든 것 감사”…시민들도 “기적적인 무사생환 기쁘다” 반겨

실종 11일 만에 무사 생환한 조은누리양.
조은누리양.

(동양일보 조석준·이도근·박장미 기자) 지난달 23일 청주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14)양이 2일 발견됐다. 실종 11일 만이다. 조양은 장맛비와 폭염을 뚫고 기적적으로 생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조양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수색에 나선 군수색견 ‘달관’(7·저먼 셰퍼드)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다.

신희웅 청주상당경찰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조양이 무심천 발원지 후방 뒷산 직선거리 920m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행정구역상 위치는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산 35번지다. 조양이 실종된 등산로 중간지점(계곡입구 520m)과는 산을 넘어 1.7㎞정도 떨어졌다.

발견 당시 조양은 탈진한 상태였으나 특별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실종될 당시의 옷차림을 그대로 한 상태였다. 다만 구체적인 대화는 나눌 수 없는 상태였다.

조양을 최초로 발견한 수색대원은 세종에서 수색지원을 나온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진)다. 박 원사는 이날 김재현 일병, 군견 ‘달관’과 함께 보은군 회남면 신문리 일대 야산을 수색 중 달관의 ‘보고 동작’(군견이 적이나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주인에게 알리는 동작신호)를 확인하던 중 인근 바위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조양을 찾았다.

박 원사는 “가까이 다가가 ‘조은누리니?’하고 묻자 조양이 ‘네’라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원사는 군복을 벗어 조양에게 입혀주고 김 일병과 함께 조양을 번갈아 업고 약 700m 길을 하산했다.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양이 11일 만인 2일 극적으로 생환했다. (왼쪽부터) 조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 32사단 박상진 원사와 32사단 소속 군견 ‘달관’. 육군 32사단 제공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양이 11일 만인 2일 극적으로 생환했다. (왼쪽부터) 조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 32사단 박상진 원사와 32사단 소속 군견 ‘달관’. 육군 32사단 제공

조양은 대기 중이던 구급차를 타고 오후 4시 56분께 충북대병원에 도착했으며, 건강상태 검진 결과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서장은 “조양이 발견된 지점으로 보아 조양이 당시 하산을 하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속으로 들어가 장시간 헤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풀숲이 우거져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7일차부터 보은군과 보은경찰서 등의 지원을 받아 수색을 벌여왔던 곳이다.

이에 따라 군·경·소방의 초동 수색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색당국은 그동안 조양이 하산했을 것으로 보고 산 아래쪽을 집중 수색했다. 그것도 무심천 발원지가 있는 청주 쪽에 수색이 몰렸다. 20회 넘게 이 지역을 뒤졌으나 조양이 발견되지 않자 지난 1일부터 보은지역 산악 등으로 수색범위를 확대했다.

조양이 지난 11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 일대는 장마와 폭염이 이어졌고, 수색에 투입된 특수견이 뱀에 물려 이송됐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다만 조양이 발견된 곳이 수풀이 우거져 강한 햇볕을 피할 수 있고, 많은 비로 수분이 수시로 공급된 것이 긴 시간 생존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조양이 장애인소년체전 수영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기초체력이 높고, 삶에 대한 의지 등 정신력이 강한 것도 생존의 한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양 발견 지점 등을 원점보존해 조사하는 등 조양 실종 이유와 이후 생존 과정 등을 정확히 밝힐 계획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충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조양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는데 현재 건강상태는 양호하다.

조양을 직접 살핀 김존수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조양이 내원 당시 최저혈압이 60정도로 낮았으나 현재는 혈압 등이 활력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팔과 다리 등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으나 관절 등에 불편함이 없고, 심장과 복부 초음파 등에도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었다. 약간의 탈수증상은 있으나 영양상태도 좋다. 김 교수는 “포도당 수치 등이 정상 수치로 열흘 정도 못먹은 것 치곤 괜찮은 상태”라며 “외부에서 먹은 물 등이 좋은 영양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양은 부모와 함께 일반병실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정밀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다음주에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의 기적적인 무사귀환 소식에 조양의 가족은 물론 시민들도 반겼다. 조양의 어머니는 “모든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함을 전했다. 조양의 어머니는 현재 충북대병원에서 조양의 진료과정을 살피고 있다. 시민 김중래(55)씨도 “실종이 10일을 넘어가면서 내심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왔다는 소식을 들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도 “생환의 기쁨을 가슴 벅차게 나눈다”며 “조양이 행복한 학교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지 11일 만에 무사생환한 조은누리양이 2일 오후 4시 55분께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지 11일 만에 무사생환한 조은누리양이 2일 오후 4시 55분께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지적장애 2급 조양은 어머니 등 지난달 23일 가족·지인과 함께 등산에 나섰다가 오전 10시 30분께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실종됐다. 경찰은 조양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지난달 24일 공개수사로 전환했으며, 그동안 연인원 5700여명과 구조견, 드론 등을 투입해 실종 추정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충북도와 도교육청, 청주시, 보은군 등은 물론 산악구조대, 학부모단체 등 시민단체,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지난달 23일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 양이 2일 오후 청주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조은누리양의 어머니가 딸의 무사기원을 바라며 기도하는 모습.
지난달 23일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 양이 2일 오후 청주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조은누리양의 어머니가 딸의 무사기원을 바라며 기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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