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발원지 인근서 박상진 원사와 군수색견 ‘달관’ 최초 발견
“장맛비가 전화위복” 수영선수 출신 기초체력에 주변환경도 도움
“건강 빠르게 회복 이번 주 귀가”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14)양이 실종 11일 만인 지난 2일 발견됐다. 신희웅 청주상당경찰서장이 조양 발견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실종 11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 2일 오후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실종 11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 2일 오후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지난달 23일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 기적적으로 생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건강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조양은 이번 주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양은 실종 11일째인 지난 2일 오후 2시 40분께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후방 뒷산 직선거리 920m 지점에서 군 수색대에 의해 발견됐다. 행정구역상 위치는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산 35번지로, 조양이 어머니 등과 헤어진 등산로 중간지점(계곡입구 520m)과는 산을 넘어 1.7㎞ 정도 떨어진 곳이다.

조양을 최초로 발견한 수색대원은 세종에서 수색지원을 나온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진)다. 박 원사는 이날 김재현 일병, 군견 ‘달관’(7·저먼 셰퍼드)과 회남면 신문리 일대 야산 수색 중 달관의 ‘보고 동작’(군견이 적이나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주인에게 알리는 동작신호)을 확인, 인근 바위 구석에서 조양을 찾았다. 박 원사는 “다가가 ‘조은누리니?’하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원사는 군복을 벗어 조양에게 입혀주고 김 일병과 함께 조양을 번갈아 업고 산길을 내려왔다.

충북대병원으로 옮겨진 조양은 스스로 움직이고 가족과 일상대화를 나누는 등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4일 의료진에 따르면 조양은 양쪽 팔과 다리 등에서 찰과상과 멍이 관찰됐으나 흉부 X선 촬영과 초음파 등에서 별다른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탈수에 의한 신장기능 저하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다. 2일 밤 응급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조양은 3일 오전 미음으로 시작해 오후부터는 죽으로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

조양의 아버지는 “아이가 병실에서 말을 잘하고 스티커 붙이기 같은 간단한 놀이도 하는 등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이 다니던 중학교 교사는 “조양이 학교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고 밀린 방학숙제에 대한 걱정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양이 풀숲이 우거진 길을 헤매다 깊은 산중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희웅 청주상당경찰서장은 “조양의 발견 지점으로 보아 조양이 당시 하산을 하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속으로 들어가 장시간 헤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양이 산 중에서 열흘 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꾸준한 체력관리와 함께 장맛비가 전화위복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이 일대는 장마와 폭염이 이어졌고, 수색에 투입된 특수견이 뱀에 물려 이송됐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반대로 이런 장마·폭염이 전화위복이 됐다. 장맛비는 수분을 수시로 공급했고, 폭염과 열대야 날씨는 저체온증을 피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풀이 우거져 강한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었고, 낙엽 등을 덮어 체온을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양이 장애인소년체전 수영 200m에서 은메달을 딸 만큼 기초체력이 높고 삶에 대한 의지 등 정신력이 강했던 것도 기적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한 이유가 됐다.

충북경찰청은 조양의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 5일께 면담형태로 조양을 만나 길을 잃은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병원에 여성청소년계 2명과 피해자전담요원 1명 등을 파견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 4일까지 경찰관 접촉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적장애 2급 조양은 지난달 23일 가족·지인과 함께 등산에 나섰다가 오전 10시 30분께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실종됐다. 경찰은 조양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지난달 24일 공개수사로 전환했으며, 그동안 연인원 5700여명과 구조견, 드론 등을 투입해 실종 추정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충북도와 도교육청, 청주시, 보은군 등은 물론 산악구조대, 학부모단체 등 시민단체,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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