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대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를 결정한 지난 2일 우리에겐 ‘조은누리’라는 기적이 날라들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 터라 국민들은 “그래?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말해 일본의 경제도발로 불안 심리가 증폭되는 것은 부인 못한다. ‘안 사고, 안 가고’를 통해 일본 경제를 타격하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의 배제조치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본에 있어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경제교역도 활발해 미국, 홍콩에 이어 세번째 무역흑자국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작년 일본 무역통계를 보면 이 흑자액(24조 4313억원)은 일본의 총 무역적자액의 2배에 달한다. 한국이 일본의 큰 고객인 셈이다. 그럼에도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에 경제전쟁을 감행한 것은 반일 감정만 부추길 뿐 자신들의 국익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일본(인)의 근간에는 한국(인)에 대한 무시가 깔려 있다. 반면 우리에게는 피해의식과 함께 일본은 늘 타도 대상이다.

축구 같은 스포츠 한·일전 열기가 뜨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 식민지배 당했다는 역사적 고통을 잊지 않고 있는 한국인의 민족주의적 정서가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아베가 도발하는 바람에 ‘NO 아베’로 폭발한 것이다. 반도체 등 한국경제의 급소를 찌르면 무릎을 꿇것으로 생각한 아베의 오판이다.

아베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한 지 4시간 후, 청주에서는 실종된 조은누리양이 살아 돌아왔다. 실종 11일만이다. 그의 생환소식에 생사를 몰라 걱정했던 많은 국민들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환호했다.

조 양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색에 나섰다. 충북도, 충북도교육청, 청주시, 소방서, 군부대, 민간산악수색대원 등 연인원 5700여명이 힘을 보탰다.

이 와중에 장맛비가 내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시간은 자꾸 흘러 희망의 끈을 내려놓으려 할 때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가족과 헤어진 지점에서 1.7㎞ 떨어진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탑산 첩첩산중에서 수색에 나선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44) 원사와 김재현(22) 일병, 정찰견 ‘달관’이가 조 양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조양은 마른 계곡 옆 1m 높이의 바위에 몸을 쪼그린 채 기대고 있었다.

조 양이 발견된 곳은 3일 후 박 원사 일행이 현장을 다시 찾아 나섰지만 경사가 심하고 우거진 나무와 수풀로 시야가 가려져 찾는 데 실패했을 정도로 최악의 여건이었다.

이런 곳에서 11일이나 버텼다는것은 기적이다. 충북대병원에서 빠르게 건강을 회복 중인 조 양은 이르면 이번 주 중 퇴원도 가능할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조 양이 첩첩산중에서 무서움, 외로움과 싸워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엄마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고 물, 낙엽, 바위 등 주변환경이 생존에 도움을 줬을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조 양이 저체온증을 극복한 것을 천운으로 본다. 물만 먹어도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생명을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 

아베는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며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고 또 주장했다. 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74주년 기념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존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일간 경제싸움은 일본이 걸어왔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결국은 자존심 싸음으로 번질테지만 일본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란 쓰나미까지 덮쳤지만 조은누리가 보여준 최악의 조건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생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쏜 희망을 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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