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 지난 8월 1일 청주시 율량동의 한 LH아파트 A동 13층에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일부 주민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13층 전체에 진동하는 역한 냄새 때문에 문도 열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지독한 냄새의 원인은 고독사 사망세대에서 세어나온 시체가 썩은 냄새였다.

사망세대에서 청소를 마친 상태였지만 복도에서는 역한 냄새가 계속 됐다. 냄새때문에 괴로워하는 다른 입주민들을 위한 대응은 없었다.

결국 일부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 2~3일 뒤에야 복도에 탈취제가 놓였고 복도 창문을 열어두는 등 관리사무소에서 냄새빼기에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민원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LH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는 혼자사는 세대가 많아 안 좋은 일이 종종 생긴다. 고독사 한지 일주일 만에 발견 돼 냄새가 많이 난다"며 "우리 직원들은 썩은 시체를 직접 봤고 현장에서 다 처리하는 등의 수고를 겪었다. 복도에서 나는 냄새 곧 빠질 테니 기다려 달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응대 했다.

시체 얼굴도 보고 만지고 처리까지 하는 직원들도 있는데 그깟 냄새 가지고 뭘 그렇게 난리냐는 식의 말투였다.

이 직원의 격양된 목소리와 따지는 듯한 말투가 민원인의 기분을 잠시 언짢게 했지만 그저 단순하게 지나칠 것은 아니란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LH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고독사 시체 처리 등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LH에 전문적인 치유센터가 없다고 한다. 이 직원은 트라우마 치유프로그램 운영 민원 좀 넣어달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내가 아프면 타인의 상처를 보살필 수 없다. LH가 트라우마 치유프로그램 등으로 직원들의 상처를 보듬어 줘야 입주민들의 아픔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신경 써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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